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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두 거장의 우정이 빚어낸 영화가 마침내 관객과 만났다.
지난 27일, 칸 화제작 ‘엔조가 개봉해 국내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칸이 사랑한 프랑스 영화계의 영원한 동반자, 로랑 캉테와 로뱅 캉피요의 마지막 공동 프로젝트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엔조’는 단 한 번도 맞닥뜨린 적 없는 기묘한 이끌림 속에서 자신만의 벽을 깨부수고 나오는 열여섯 소년의 뜨겁고 푸르른 여름날을 포착한 이야기다. 2025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 전격 낙점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영화의 개봉을 맞아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엔조’의 출발점에는 두 예술가의 위대한 연대와 우정이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세상을 떠난 로랑 캉테 감독은 ‘클래스’로 제6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거장이다. ‘120BPM’으로 제70회 칸영화자에서 심사위원대상 포함 4관왕을 석권한 로뱅 캉피요 감독은 로랑 캉테 감독의 편집자이자 공동 집필가로서 오랜 세월 발을 맞춰왔다.
2017년 ‘워크숍’ 이후 각자의 행보를 걷던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로랑 캉테의 암 진단이었다. 친구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된 로뱅 캉피요는 모든 프로덕션 단계에서 그를 보좌하기 위해 주저 없이 다시 손을 잡았다. 이처럼 ‘엔조’는 두 거장의 인생과 우정이 닿아 있는 영화적인 프로젝트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영화의 제작 과정은 많은 난관이 있었다. 촬영 직전 로랑 캉테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프로젝트 자체가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뱅 캉피요는 고인의 생전 비전과 인간적 고뇌를 온전히 스크린에 이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메가폰을 이어받았다. 평소 그와 나눈 수많은 대화와 철학을 작품에 투영시킨 로뱅 캉피요 감독은 이 작품을 “로랑 캉테와의 오랜 우정이 맺은 마지막 결실”이라고 정의하며 영화 그 이상의 묵직한 감동을 예고했다.
황금종려상 주역들이 뭉쳤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필름메이커들이 오직 한 사람의 유작을 완성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나 석권한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를 필두로, ‘디판’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자크 오디아르가 프로듀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2023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추락의 해부’ 프로듀서 마리 앙주 루치아니까지 전격 합류해 미완으로 남을 뻔한 서사의 뼈대를 견고하게 지탱했다.
뿐만 아니라 ‘브루탈리스트’, ‘알파’ 등 전 세계 영화제를 타오르게 만들었던 최정상급 스태프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이런 조합에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엔조’를 “로랑 캉테가 세상에 남긴 품격 있는 유작이자 로뱅 캉피요가 빚어낸 또 다른 강렬한 작품”이라 평했고, 르 파리지앵 역시 “섬세하고도 뜨거운 숨결로 완성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청춘의 얼굴”이라 극찬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캐스팅 단계에서 보여준 거장들의 안목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핵심 열쇠다. 두 연출자는 극 중 인물들 간의 미묘한 계급적 뉘앙스를 살려내기 위해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를 한 앵글에 섞어 배치하는 과감한 모험을 감행했다. 어머니 역의 엘로디 부셰즈와 아버지 역의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라는 탄탄한 연기 축 사이에 실제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청춘들을 심어 독특한 시너지를 만들었다.
특히, 건설 현장 노동자 역의 블라드를 맡은 막심 슬리빈스키는 실제로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덕분에 특유의 거칠고도 우울한 에너지를 리얼하게 발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타이틀롤 엔조 역의 엘로이 포후는 제작진이 발견한 거대한 보물이었다. 실제 수영 선수 출신인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한 절제력과 깊은 고독감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불확실한 경계에 선 소년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극 중 엔조는 부모님이 정한 미래를 거부하고 교육 시스템의 획일적인 제약으로부터 끊임없이 탈출하고자 갈망하는 인물이다. 소년은 영웅적인 용기를 가졌다기보다 오히려 눈앞의 세상을 두려워하며 방황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덕분에 ‘엔조’는 노동 계급의 냉혹한 현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의 위협이라는 거친 세상과 충돌하는 청춘의 초상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엔조’는 기성의 제도권과 삶의 형태를 거부하는 청춘의 서툰 몸짓을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자신만의 진짜 목적지를 찾아 야간 비행을 시작하는 소년의 눈부신 서사 속에 불확실성 앞에 선 인간의 욕망을 담았다. 또한, 찰나의 눈빛과 서툰 손길만으로 밀도 높은 관능과 서스펜스를 유도하는 연출을 통해 거장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마지막 영화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엔조’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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