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세우기
I 대구시민단체 국민주권 빼앗은 인물 반대
I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잇따라
[TV리포트=이효경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하겠다면서 조례 제정 등 관련 규정 수정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로 이루어진 ‘박정희 우상화 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의 죽은 영혼을 불러내고 있다”며 “시장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운동본부는 홍준표 시장이 3월 1일 자신의 SNS에 ‘동대구역에 위치한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건설하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 글을 게시하자, “퇴행과 폭주의 제왕다운 행동이다”라며 “대구시청은 반민주, 반인권, 반자치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는 국민주권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수많은 민주인사를 구속, 고문, 사형하고 지방자치를 말살한 장본인이다”며 “이러한 역사적 검은 인물을 정녕 대구가 기려야 할 인물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동대구역과 대구 대표 도서관에 이런 인물을 세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베를린 광장에 히틀러 동상을 세운다면 독일 시민이 가만히 있을 거 같냐?”라고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갔다.
또 “광주에 김대중 전 대통령 도서관이 설립됐으니, 대구에서도 박정희를 기념해야 한다”는 홍 시장의 일방적 논리를 두고서도 “박정희 기념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산물이자 대구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역행”이라며 “옛 풍습을 그대로 지키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대구의 미래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홍준표 시장이 대구의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수천 명의 민주인사를, 헌법에 위배해 불법으로 구금하고 사형까지 이르게 했던 대표적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건 대구광역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면 보편적인 가치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오히려 갈등을 발생시키고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것은 자치정부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시장이 박정희를 기리고 싶다면 대구시민이 이용하는 광장에 세금을 쓸 것이 아니라 자기 집 앞마당에 알아서 세우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정희 우상화는 시민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여기는 꼴이며 홍 시장의 오만”이라며 “역사와 시민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가와 그가 세운 우상의 말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모였음을 홍 시장은 자각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박정희 기념 사업 추진’ 을 위해 관련 법안 조례 제정을 반대한다는 대구시민 889명의 의견서를 대구시에 제출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그들은 대구시가 동상 건립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가로막을 것이라고 알렸다.
대구시민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공개해 “혼 시장이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겠다며 협의 없이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여론 수렴이나 검증 절차도 밟지 않고 시장의 독단적인 행정으로 어설프게 추진하고 있다”며 “반민주 군사독재를 일으킨 장본인 박정희를 시민의 세금으로 기념하겠다니 홍준표식 졸속 행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은 “모두가 보는 동상 건립은 소수의 호감도로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오준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도 지난달(3월) 26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 교주로 활동하냐?”면서 “대구시장이 나서서 박정희 동상을 만들어 그 앞에 절하면 대구경제가 발전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오 대표는 “지방정부가 대표해서 대놓고 박정희 찬양 일색인 숭배 사업을 만드는 건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된 억압일 뿐”이라며 “역사적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세우지 않은 동상은 반드시 시민의 손으로 부서졌음을 홍 시장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달(3월) 11일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1일까지 시민 의견을 받는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 홍 시장은 같은 날 간부회의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 인원 구성을 지시하는 등 자신이 구상한 내용에 박차를 가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1, Ohmynews,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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