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경민 기자] 1400여 마리 번식견이 발견된 허가 번식장의 민낯이 드러나 ‘펫샵’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방영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음지에서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개 번식장에서의 구조 현장이 방송되었다. 이날 2049 시청률은 구조가 이루어지던 시점 최고 3%까지 치솟으며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월, 경기도의 한 임시보호소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당 번식장에서 7년간 근무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번식장의 실체가 세상 밖으로 드러났고, 동물보호단체와 TV 동물농장 제작진이 현장을 급습한 상황이었다.
출입 동의를 받고 들어선 건물 내부에는 발 디딜 틈도 없는 공간에, 비슷한 견종의 개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득했다. 몇 십 개의 낮은 철조망으로 나누어진 공간에는 무려 1,400여 마리 개들이 여러 마리씩 모여 있었다. 개들은 관리가 안 되어 있었고, 많은 개체 수가 이미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상태로 또다시 임신 중이었다.
건물 안 냉동실을 둘러보던 구조자가 그 안에서 꺼낸 신문지 뭉치를 열어보니 새끼 강아지부터 복부를 절개한 흔적이 있는 개들의 사체까지, 수십 구의 사체가 줄을 이었다. 또 다른 냉장고에서 발견된 의문의 의약품에 대해 물어보자, 제보자는 전염성 질환이 돌았을 때, 제왕절개를 해야 할 때, 빨리 아기를 꺼내야 할 때 등 번식장에서 직원들이 약물을 써 안락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보호단체는 이곳에서 개들이 온전하게 보호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번식장 대표에게 개들의 소유권 포기를 요구했지만, 번식장 대표는 생계가 걸린 일이라며, 개들의 소유권 포기는 안된다고 버텼다. 팽팽한 대립과 설득 끝에 겨우 소유권 포기에 대한 동의를 받은 이들은 서둘러 1,400여 마리 개들의 대대적인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진료가 시급한 개들을 선별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는 스물네 곳의 동물 보호소로 나뉘어 보내졌다. 이 과정에서 만삭의 몸으로 구조가 된 ‘누리’는 안타깝게도 두 마리 새끼 모두를 잃어야 했다.
제보자에 의하면, 200여 마리 개들로 시작했다는 번식장은 초반에는 허가받은 곳인 만큼 관리도 잘 되는 곳이었다고. 하지만 작고 예쁜 개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표가 번식견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고, 새끼들로부터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모이면서 번식견들의 개체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돈’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날 동물보호 관계자는 동물 생산업 규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번식장의 끔찍한 동물 학대나 참상이 은폐되는 진짜 이유는 경매를 통해서 펫숍에 진열되면서 법의 변별력도 잃고 번식장의 실태가 완전히 소비자의 시야에서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허술한 법과 무책임한 관리 감독, 그리고 그 속에서 자행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계속되는 한 수많은 생명들은 이유도 없이 학대받고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기자 lkm@tvreport.co.kr /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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