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팬데믹 기간 촬영을 진행했기에 ‘드림’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배우들은 무더위 속에서, 태양열 아래서 땀을 흘렸다. 입이 흐물흐물해지고 눈빛이 흐려지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더위와 싸워야 했던 배우들, 특히 박서준과 아이유는 대사도 많았고, 또 그 대사를 ‘무지하게 빠르게’ 내뱉어야 했다.
하지만 박서준은 이병헌 감독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 박서준은 “감독님의 리듬이 확실히 있었다. 그 장르와 리듬을 느끼고 싶어 참여한 거라 잘 따라가 보자 했다”라며 “제 것이 강해서 갇힌 마음으로 임하면 못 받아들인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했다. 이 또한 잘 가져가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고 감독님과 가까이 지내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호흡을 전했다.
이 작품을 택한 첫 이유도 이병헌 감독이었다고. 박서준은 “선배님들이 먼저 캐스팅이 됐고 그 다음이 저였다. 그것도 기대가 됐다. 촬영감독님도 계속 함께 하신 분들이고, 오래 작업을 한 분들이면 현장에서 스태프와 호흡은, 나만 빨리 섞이면 되겠다 하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서준이 느낀 이병헌 감독의 연출은 새로웠다. 그는 “보다 빠르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 호흡적인 부분은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데 감독님이 원하는 호흡이 있었다. 시범도 보여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스물’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는 그는 “제 또래 배우들이 참여할 영화가 없었다.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건데, 너무 신선했고 ‘이런 영화를 누가 만들었을까’ 했는데 감독님이어서 관심 있게 지켜 봤었다”라면서 “제안 주셨을 때 고민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이병헌 사단’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이병헌 감독의 첫인상에 대해 “불필요한 말 잘 안 하는 스타일이고, 효율적으로 하시는 것 같다. 스태프들이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지 않을까 하는데 두세 시간 일찍 끝날 때가 많았어서 그런 것도 힘이 된다. 같이 술잔을 많이 기울였고, 맛있는 거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걸 하루의 보상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라고 떠올리기도 했다.
스포츠 마니아인 그, 하지만 축구가 작품 선택에 큰 요인은 아니었다는 박서준은 “축구 장면은 시나리오에 설명으로 나오는데, 이게 이렇게까지 치열할 거라 상상을 안 하고 본다. 축구는 직업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0분 안의 드라마가 있고, 흐름이라는 게 있다. 흐름을 넘기는 전술 등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마니아가 됐다”라고 말했다.
유명한 ‘축빠’이기에 촬영에 도움 된 건 딱히 없었다는 박서준은 “몸으로 뛰는 건 너무 다른 문제더라”라면서 “축구 선수들이 뛰는 폼이 있지 않나. 중심을 낮추고 뛰는데 저는 어그적 뛰는 느낌이 들어서 차이가 뭘까 했다. 하체일까, 코어일까 했다. 조기축구를 나가면서 제 모습을 관찰하려 했다”라고 뛰는 폼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을 다루는 영화이다 보니 연기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터. 박서준은 “홈리스의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이 편견인 것 같았다. 사연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홈리스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없고. 그런 것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해 편견이 생겼는데 그게 깨진 계기가 됐다”라면서 “저도 전철 타고 다닐 때 출입구에서 빅이슈 파는 걸 많이 봤고 직접 사기도 했던 기억이 도움이 많이 됐다. 이 분들이 열심히 살기 위해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었던 거구나 생각도 들더라”라고 말했다. ‘드림’ 개봉에 맞춰 빅이슈 특별판도 나온다고.
특별출연한 강하늘과 영화 초반 그라운드에서 달리는 씬이 인상적이다. 홍대의 열등감을 드러내는 서사를 만드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배우 박서준이 한계에 부딪친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저도 당연히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컴플렉스가 있고, 그런 것들이 발전을 시켜주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겨냈을 때 더 큰 발전이 있다. 마이클 조던처럼 일부러 열등감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이라면서 “데뷔 때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내 길이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 바닥까지 가 봤지만 그걸 이겨냈을 때 도약하는 느낌도 있었고 매 작품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매번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코너를 몰기도 한다고. 하지만 박서준은 일단 한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라고 되뇌인다는 박서준은 “부딪치다 보면 고민했던 것보다 쉬울 때가 있는데 일단 가보자 한다”라고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아이유와도 첫 작업이다. 박서준은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앨범 활동과 작품으로만 봤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배우 아이유의 이미지는 진중하고, 깊고, 감정을 잘 표현하고, 이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런 연기도 잘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잘하는 사람은 다 잘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나의 아저씨’ ‘브로커’ 속 아이유를 떠올렸기에 박서준에게 아이유의 이번 연기는 반전이었다. 그는 “비교적 라이트한 느낌이지 않나. 관계성에서 오는 티키타카가 중요했는데 잘 표현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망가져도 멋있는 캐릭터가 이 영화 속 홍대였다. 박서준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을까? 그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추상적인 틀을 가져가는 것보다 ‘이 사람도 이럴 수 있어’라며 입체적으로 하려 했다”라면서 “감정선만 잘 연결되면 ‘홍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지’라는 게 있다. 갈 때는 아예 확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애드립은 얼마나 많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안 하려고 했다”라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역할이고, 대사 자체가 재미있어서 잘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애드립은 빈 공간은 채우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대본과 이병헌 감독의 디렉션에 따랐다는 것. 그는 “감독님은 스트라이크존이 넓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선배들이 해주셨다. OK의 폭이 넓다. 배우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련히 생각을 해왔겠지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 존중 받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현장에 섞이기 위해 박서준은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했다. 그는 “언제나 스태프들과 빨리 친해져서 재미있게 지내려고 했다. 이 공간이 즐거워야 하기에 늘 그걸 추구한다”라면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이 저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기분이 안 좋고 짜증을 낼 수는 없다. 내 기분 하나에 이 사람들 하루가 달라질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드림’에서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어썸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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