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전도연이 함께 연기한 젊은 여성 배우들, 그리고 최근 잦았던 예능 나들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주인공 전도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도연은 ‘길복순’에서 청부살인 업계 최고 실력자이자 싱글맘인 길복순을 맡았다.
전도연 일문일답 이어서.
Q_’일타 스캔들’의 노윤서, ‘길복순’의 김시아, 젊은 여성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당돌하더라. 나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웃음). 어느 자리에 있어도 기죽지 않고 할 몫을 잘 해낸다. 다른 세대이구나 생각이 든다. 선배라고 양보하는 것도 없고. 노윤서는 말대꾸도 또박또박, 한마디도 안 진다. 그런 모습들이 당당하고 예뻐 보인다.
Q_배우 이연이 ‘일타 스캔들’에서 아역을 맡았다. 추천을 한 것인가?
맞다. 20대 젊은 행선 오디션을 보는데 대상이 없었다. 감독이 내게 “선배님이 하셔야 될 것 같다”고 했는데 20대 행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편하지 않을까, 부담스럽더라. 그때 이연이 생각났다. 부탁을 했더니 “작품 없다, 하고 싶다” 하더라.
이연을 추천했을 때 감독이 전작을 찾아보고는 “좀 어둡지 않나” 하셨다. 그때 내가 “저도 어두운 것 많이 했는데 알고 보면 밝지 않나”라고 했다. (감독이 배우를) 선택할 때 전작과 연관 지어 생각을 할 수밖에 없구나, 안타까웠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 갇혀있구나(생각했다). 감독에게도 “직접 만나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었다.
Q_길복순은 딸에게 큰 비밀을 갖고 있다. 실제로 딸이 몰랐으면 하는 내 모습이 있나?
너무 많다. 엄마의 마음인 것 같다. 킬러라는 직업이 만화적이기는 한데, (‘길복순’에서) 그녀에게는 일이고 일상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단지 그녀도 그것이 일로써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죄책감이 없지는 않은 거다. (비밀로 한 데는) 그런 마음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
부모 자식이 가장 가깝지만 가장 잘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다. 내가 복순 같은 양면성을 가지지는 않았고, 떳떳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굳이 내 딸이 알지 알았으면 하는 모습이 있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계 유지를 위해 각자의 사생활, 비밀은 필요한 부분이다.
Q_전도연을 멋져 보이게 만든 영화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감독이 집에 정말 많이 왔고, 딸과의 관계도 많이 봤다. 선배로서는 일할 때의 당당한 모습이 있는데, 감독이 본 전작에서는 희생하고 당하는 캐릭터가 많아 아쉽다고 하더라. 전도연이 길복순이 돼서 그런 걸 다 죽여버리는(웃음), 희생이 아닌 먹이사슬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면 어떨까 했다고. 고마웠다.
Q_젊은 감독과의 작업은?
많이 안 해봤다. 변성현 감독 스타일이 새로웠던 것은, 배우를 가둬놓고 감독의 철저한 콘티 안에서 움직이는 것, 그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걸 어떻게 소화해낼까 궁금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어마어마한 건 아닐테지만 작게라도 내 자신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실 처음부터 편하진 않았다. 이렇게까지? 이창동 감독도 배우를 풀어놓고 해보라고 하고, 그런 작업을 많이 했었고 이런 작업은 처음이었다.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Q_이창동 감독이 촬영장을 찾았다고 들었다.
전주에서 촬영 중이었다. 영화제 때문에 오셨을 때였다. 그때 (엔딩씬에서) 유리잔 던지고 설경구가 맞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다들 “파편이 좀 모자라지 않아?” 이러고 있었다. 다들 “이창동 감독이 왔는데 잔 던지는 장면을 찍는 게 맞나?” 그랬었다. 세트장 구경하셨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고 가셨다.
Q_’변성현=스타일리시’라고들 한다. 스타일리시가 무엇이던가?
감독이 그 질문 받으면 좋아할 거다. 이 영화에도 그런 수식어가 붙는데 변 감독 자신도 왜 스타일리시한지 잘 모른다. 배우를 쫓아가고,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을 하는데 외부에서 그렇게 부르는 거다. 감독의 크루(촬영감독, 미술감독 등)들이 만들어준 안에서 감독은 오롯이 배우의 감정, 이야기를 담고 싶어한다. 왜 스타일리시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더라.
Q_오프닝 씬, 세트인가?
다리는 지은 거다. 동호대교이지 않나. 광주 세트장에 그걸 지었다. 다 아스팔트였다. 세트장 가고 너무 놀랐다. 외경만 CG이고 나머지는 다 세트다. 그래서 다시 찍을 수가 없었다. 동호대교를 막아서 찍을 수는 없지 않나. 저희가 뭐라고. 그런 데서 찍고는 싶은데 환경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Q_엄마 전도연은 실제로 쿨한 엄마인가?
사실 ‘쿨’은 모르기 때문에 쿨할 수 있다.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선택은 네가 하고 책임은 네가 져랴 하는 건, 제가 잘 몰라서 맡기는 것이다. 엄마가 쿨하기는 힘들다. (극중 문 쾅 닫고 들어가는 씬은) 감독이 (딸과 내가 실제로) 그러는 현장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당했다.(웃음)
Q_최근 ‘유퀴즈’ ‘채널십오야’ 등 예능에 출연해 화제다.
아이는 정말 좋아한다. (예능 출연 이유는) 심경의 변화 보다는…그동안 홍보를 열심히 안 한 건 아니다. ‘생일’ ‘인간실격’ 찍고 예능에 나올 수는 없으니까, 작품 성격에 따라 그런 것이다. ‘일타 스캔들’도 그렇고 ‘길복순’도 그렇고, 대중적인 작품이라 홍보를 위해 출연했다. 아이는 정말 신기해 하더라. 내가 그런 데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Q_’유퀴즈’에서 배우로서 소모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에게 어떤 면이 있고, 어떤 작품에서 또 어떤 연기를 할지 모른다.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작품이 이끌어내 준 것이다. 이미지가 소모된 거다. 그런 소모를 당하고 싶다. 다양한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이미지나 캐릭터적으로 다양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나도 사람이기에 내가 편한 것을 찾게 되는데, 일할 때는 그런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걸 잘 받이들이려고 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