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연예계에는 비공식 족보가 있다. 배우 지현우도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는 원조 국민 연하남으로, 연하남계의 조상님으로 통한다.
지난해 SBS ‘사랑의 온도’에 이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그리고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 중인 연예계 커플들까지. 연상 연하 로맨스가 트렌드다.
지현우는 연하남 춘추 전국 시대가 올 것을 14년 전 알았던 것 같다. 2004년부터 2005년. 그는 KBS2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국민 연하남’이 됐다. 츤데레 지 PD 역을 맡은 지현우는 큰 키에 살인미소를 장착한 비주얼로 먼저, 그리고 심쿵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2008년에는 SBS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최강희의 사랑스러운 연하남이 되기도 했다. 요즘 말하는 말로 멍뭉미가 폭발했다.
이처럼 지현우는 20대에는 로맨스 드라마를 주름 잡았다. 실제로 드라마 시청이 취미인 그는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는 최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빠졌다고 밝혔다. “내가 배우를 하는 이유이자 목표가 아닐까 싶다. 한 편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이.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란 드라마를 보고 그 둘이 하는 행동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감정이 들지 않나. 그런 걸 해주고 싶은 게 배우라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특히 지현우는 새로운 국민 연하남으로 떠오른 정해인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달콤한 나의 도시’와 비슷한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현우는 원조라는 자부심은 있어보이지만, 이제 연하남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올해 35세다. 이제 ‘밀회’를 해야할 때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연상연하 로맨스를 떠나 지현우의 로맨스 연기를 본 지 오래 됐다. MBC ‘도둑놈, 도둑님’에서 서현과 로맨스 연기를 펼쳐 팬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선물을 주기는 했지만, 기득권 세력을 향한 을(乙)의 반격을 그린 드라마로 사회적 작품에 가까웠다.
지현우는 군대에 다녀온 후, 사회적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MBC ‘앵그리맘’, JTBC ‘송곳’, MBC ‘도둑놈 도둑님’까지. 현재는 정치 풍자 영화 ‘살인소설’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보궐선거 시장 후보로 지명된 경석(오만석)이 수상한 소설가 순태(지현우)를 만나며 일어나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다. 거짓말의 양대산맥 정치인과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현우는 사회적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저희 직업은 항상 타이밍인 것 같다. 톱배우가 아닌 이상,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나리오는 한계가 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6개월 내지 1년이 기약이 없는 것 같다. 그런 타이밍에 계속 우연하게도 연달아 작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살인소설’ 속 지현우가 맡은 순태는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남자다. 그동안 따뜻한 로맨틱가이나, 정의로운 남자였던 그는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지현우 자체에서 맑고 선한 느낌이 풍겨져 나오기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분노에 가득찬 캐릭터를 만나자 더욱 무섭고 섬뜩하다. 지현우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살인소설’의 가장 큰 수확은 지현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 변신을 이룬 그는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현우는 연기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택했을까. 그는 “그냥 하고 싶었서”라고 답했다. “저는 어떤 비전을 갖고, 이런 이미지를 보여줘서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순태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도전해보고 싶었고, 연극적인 연기도 해보고 싶었다.”
‘국민 연하남’으로 20대를 살아온 지현우. 30대에는 어떤 이름을 갖고 싶을까. 지현우다운 답이 돌아온다. 생각해보거나, 바라본 것이 없다고. 다만, 30대가 되면서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면서 연기를 잘 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국민연하남’으로 여성들의 워너비였던 그가, 전 세대와 소통하는 배우가 된 까닭 아닐까.
“예전에는 여자들한테만 사랑을 받아야 된다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여자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구축하고 싶거나 원하는 이미지는 따로 없다. 단지 저의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사실상 부모님들은 극장에 잘 안 가시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극장에 가기 힘들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고,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에 나와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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