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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나홍진, 배우 취침시간까지 확인하는 까닭(인터뷰)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곡성’ 신드롬이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수많은 은유와 거대 담론, 메시지가 한데 뒤섞인 이 영화가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개봉 나흘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 중이다. 

‘추격자’로 강렬한 충격을 안기며 데뷔한 나홍진 감독은 차기작인 ‘황해’로 타협 없는 폭력성으로 관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곡성’ 역시 마찬가지.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숨통을 한껏 쥐어잡고 흔든다. 파격적이고도 섬뜩한 미쟝센이 전에 보지 못한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안긴다. 영화 전반을 압도하는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이란 소재가 나홍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세계관과 만나 전에 없던 영화를 탄생시켰다.

■ 다음은 나홍진 감독과 일문일답

-‘곡성’은 정통 상업영화이자 코미디 영화라고 했다.

웃음이 필수였다. 강한 뭔가가 보태졌다간 감당할 수 없는 영화가 탄생할 만한 이야기였다. ‘곡성’에서 심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배경뿐. 중반까진 관객들을 이완시킬 웃음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계속 부풀기만 했다면 관객이 결코 ‘곡성’이라는 오랜 여행을 끝마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단순하게 코미디, 상업영화라고 정해놓고 구성을 한 게 아니란 얘기다.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나홍진 영화인데 웃어도 되나’라는 심정일 거다. 때문에 배우들에게도 ‘정통 코미디 상업영화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세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부탁했지.

-전작들에서도 관객들의 반응과 긴장 강도를 시나리오 단계부터 철저하게 계산했나

당연하지. 난 내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내 감정이 척도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쓴다. 물론 ‘곡성’은 ‘추격자’, ‘황해’보다 더 세밀하게 디자인을 할 필요는 있었다.

-‘추격자’, ‘황해’가 가해자를 응시하는 영화였다면 ‘곡성’은 피해자로 시선을 옮긴 작품이다. 가족의 죽음이 시선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다.

정말이지 의미를 못 찾겠더라. 이 사람이 왜 이런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건지, 이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문제는 이런 죽음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거다. 죽음의 의미가 지닌 실마리를 찾다 보니 ‘왜 존재하냐’라는 문제까지 가게 됐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어, 이건 너무 심각한데, 종교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타이밍인데, 이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닌데, 당신들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야 할 텐데…. 아이고야,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더라니까. 그러니 시나리오 쓰는 데 오래 걸렸지.

-전작들보다 기독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훨씬 직접적으로 담긴 영화다. 정작 감독 본인은 기독교 아닌가

사회가 점점 무서워지고 복잡해지잖아. 피해자의 죽음을 두고 누구 한 명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거대 담론을 상업영화에 담으려니 정말이지 죽겠더라. 그래서 무조건 재밌게 풀어야 했다.

-엔딩만 7개월을 썼다. 하지만 본편과 시나리오 엔딩이 다르다.

찍긴 찍었다. 나는 원래 엔딩이 중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보기에 너무 혼란스럽게 여겨진다면 필요하다고 봤는데, 막상 붙여놓고 보니 역시나 중언이더라. 이미 엔딩 이전에 영화는 명확한 결론을 획득했다고 봤다. 그 뒤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 편집했다.

-치열함과 혹독함의 아이콘이 됐다. 

나는 내 직업을 ‘문제점을 아주 빨리 찾아내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요소들이 있다. 재빨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서 목표치만큼의 퀄리티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감독의 임무다. 배우의 연기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재촬영은 안 한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갈 뿐이지. 배우 입장에선 본인의 연기가 문제점이 아니더라도 반복해 연기할 수밖에 없으니 나로선 미안한 부분이지.

-문제점을 빨리 잡아내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예민한 촉을 세우나

배우들부터 막내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매일 파악한다. 배우가 아침에 화장실은 다녀왔는지, 아침 식사는 했는지, 촬영 전날 몇 시에 잤는지까지 완벽히 파악한다. 문제는 배우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땐데, 그런 날엔 여러 번 찍을 수밖에 없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촬영도 길어니지 더 힘들게 느껴지겠지. 악순환인 거다. 나 역시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스태프들에게 ‘내 선택을 의심해라’라고 당부한다. 

-스태프들이 피곤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그게 내 직업이니까. 막내들은 날 싫어한다. 왜 자꾸 모니터 밖으로 나오냐고 그만 좀 나오라고 한다.(웃음) 나는 막내 스태프가 우울해 보이는 것까지도 신경 쓰인다. 문제점을 빨리 찾아내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다. 촬영은 촬영 감독이, 미술은 미술감독이, 연기는 배우들이 한다. 베테랑들 모셔놓고 최상의 완성도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나.

-아역배우 김환희는 보통내기가 아니더라. 어린 나이로 감당하기 어려운 연기를 했다.

환희는 시나리오에 대해 미리 어머님한테 설명을 듣고 현장에 온다. 환희가 아예 몰랐으면 하는 장면은 굳이 설명해주지 말라고 부탁드렸다. 환희는 천재다. ‘곡성’ 촬영 전체를 통틀어 환희를 찍는 순간이 가장 기뻤다. 환희와 말을 섞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영광스럽단 생각까지 했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뭔가

줄거리를 먼저 쓴다. ‘추격자’는 한 번 완성시켰다가 주변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처음부터 다시 썼다. 취재 과정에서 형사와 술 마시다가 실제 사건을 들었는데, 듣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와서 쓴 게 지금의 ‘추격자’다.

-차기작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아직까진 없다. ‘곡성’으로 너무 난이도 높고 어려운 얘길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음 작품은 이것보단 빨리 찍어야지.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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