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 연상호 감독. 그의 첫 실사영화인 ‘부산행’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현지의 뜨거운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산행 KTX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다. 재난 블록버스터의 표피 안에 감독 특유의 서늘한 시선과 풍자, 유머를 녹여냈다. 프랑스 칸 현지에서 만나 연상호 감독과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 다음은 연상호 감독과 일문일답
-‘돼지의 왕’ 이후 두 번째 칸영화제다.
변한 게 없더라. 내가 외국어 울렁증이 있거든. 레드카펫 때도 멘붕이 와서 어리바리하게 있었지.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다음엔 경쟁부문에서 보자”라고 했다.
빈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르겠다. 칸 영화제에 한 번 오고 나면 너무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올해 연상호 칸 가나’, ‘올해 칸 누가 가나’라는 기사가 나온다는 거다. ‘사이비’ 때도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난 내 영화가 칸에 못 갈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 괴로운 거지. 대중은 신경 안 쓰겠지만 난 바늘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경쟁 부문? 집행위원장이 가자고 했으니 가겠지.(좌중폭소)
-차기작은 실사 영화가 될까 애니메이션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사 영화가 될 것 같다. 준비 중인 비상업적인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걸 한 번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버전이 완성본은 아니다.
CG를 더 만져야 한다. 특히 CG, 음악은 미친 듯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아직도 작업 중이다. ‘부산행’ 장영규(달파란) 음악감독이 ‘곡성’도 했거든. 멘붕이 왔지. 스케줄이 엄청 많이 꼬였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맞추긴 했지만.
-실사와 애니메이션 둘다 해보니 어느 쪽이 더 재밌던가
각각 다른 재미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시도, 더 파격적인 걸 할 수 있는 기회지. 애니메이션은 영화가 다 끝나야 어떤 작품이 만들어졌나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는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확인 가능한 재미도 있는 것 같고.
-장르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 그 안에 한국적 정서를 녹여낸 것이 흥미로웠다.
이질적인 좀비 자체가 사회적 함의를 많이 갖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애니메이션 ‘서울역’이었다. ‘서울역’은 아주 직설적인 영화다. ‘부산행’은 아주 보편적인 상업영화이면서도 약간은 다른 방식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게 바로 캐릭터였다. 굉장히 클리셰적인 캐릭터를 넣으며 장르와 한국적 정서 안의 균형을 맞췄다.
-공유의 부성애가 신선했다.
공유의 이미지와 가장 잘 닮은 캐릭터가 ‘부산행’의 석우라고 생각한다. 공유는 청춘스타였지만 지금은 나이가 많이 먹었잖아.(좌중폭소)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나오는 멋이 좋다.
-세월호가 떠오르더라
‘부산행’ 시나리오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작업했다. 세월호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비슷하다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 아니겠나.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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