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배우 곽도원이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자신의 출연작인 ‘황해'(나홍진 감독)이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사실 조차 몰랐던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해 연기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랬던 그에게 25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과 그곳을 가득 채운 기립박수의 열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었다.
곽도원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곡성’으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는 경찰 종구를 연기한 그는 블랙 코미디와 강렬한 드라마를 오가는 연기로 156분간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끈다. 이러한 곽도원의 열연은 국내의 300만 관객뿐만 아니라 칸 현지도 뜨겁게 달궜다. 곽도원과 프랑스 칸 현지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다음은 곽도원과 일문일답
-어젠 왜 울었나
어허, 짠하던데. 연극할 때도 커튼콜할 때 진짜 짜릿하거든. 그 맛에 돈 못 벌어도 연극을 계속했다. 비슷한 느낌을 뤼미에르 극장에서도 받았다.(한동안 말을 잇지 못 하며) 누군가한테 칭찬받는 일이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크게 느꼈다.
-해외영화제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이제 관심이 좀 생겼나
어, 어, 생겼어. 생겼어. 천만 영화도 초청받지 못하는 곳이 해외영화제 아닌가. 삼박자, 사박자, 오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오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말하자면 하늘에서 운이 내려와야 받을 수 있는 기쁨을 이곳에서 받게 됐다. 수많은 영화인의 열정이 담긴 수많은 작품 중 우리 영화가 선택됐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공개연애 중인 장소연을 살뜰히 챙기던데
같이 출연했는데 레드카펫을 못 밟았잖아. 연애 기사로 관심이 집중될까 봐 노파심에 데리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이 많았는데, 내가 우겨서 데리고 왔거든. 레드카페세서 떨어져 있으니까 너무 미안했다. 영화 보는 중간중간 손도 잡아줬지.(웃음) 영화야 난 여섯 번 정도 봤으니까 뭐.
-현지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가 한국 관객과 비슷하더라
그거 진짜 웃기더라. 좀비 장면에서 박수치는데 재밌더라. 토마스 제게이어스 폭스 인터내셔널 대표도 그 장면에서 (나)홍진이랑 하이파이브하더라고. 관객들의 그런 뜨거운 반응에 칸영화제에 또 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주마등처럼 지난날이 시쳐갔다. 고등학생 때 극단에 들어가 포스터 붙이고 연극 때려 쳤다가 극단적인 생각도 잠시 했고, 상업영화 오디션 보던 나날들…. 영화가 끝나고 홍진이 얼굴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끌어안아 주고 싶더라.
-칸영화제의 기립박수를 직접 받아보니 기분이 어떻던가
박수 치는 게 건강엔 좋아도(약수터 박수를 흉내내며) 난 쑥스럽고 민망하더라.(좌중폭소) 그래서 박수받다 나온 거다. 얼마나 힘들겠어. 에잇, 한 20분 버틸 걸 그랬어. 다들 건강해지시라고. 약수터 아줌마들은 30분씩 박수치는데 말야. 다음에 또 칸영화제에 왔는데 기립박수가 7분 이상 나오면 그땐 춤이라도 춰야겠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차기작 ‘특별시민'(박인제 감독) 촬영에 돌입해야 한다.
칸에 오고 나니 더 악착같이 연기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특별시민’은 정치적인 얘기거든. 우리나라 정치 얘기로 칸영화제에 오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도 생기더라.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으면 반성하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반성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칸영화제가 좋은 자극이 됐다. 진짜 열심히 할 거다. 진짜 열심히.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