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말그대로 삼재였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우여곡절 끝에 1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4년 영화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시와의 갈등은 영화계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그 사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시의 압박을 받고 20년 넘게 함께한 영화제를 떠났고, 국고 지원금은 대폭 삭감됐으며 영화인들의 보이콧도 이어졌다.
영화제 준비에 총력을 기울에도 모자를 시간에 영화제는 대대적 정관개정과 함께 영화제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에 대응해야 했다. 엎친데 덮친격 개막 하루 전 태풍 차바가 부산을 할퀴며 영화제의 상징인 해운대 비프빌리지가 초토화됐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배급사 파티가 실종되고 해운대 포차촌에 냉기가 흘렀다. 9개의 영화 단체 중 4개 단체(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가 끝내 보이콧을 거두지 않아 예년보다 스타 감독, 스타 배우들의 참석이 줄었다.
여파는 출품작과 관객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월드프리미어 9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 뉴커런츠 11편 등 총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지난해 75개국 304편의 영화와 비교해 초청국가와 상영작수가 줄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6만5149명. 지난해의 22만7377명보다 27.4%(6만2228명)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위기 속에 빛난 성과가 눈에 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신인 감독, 신인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해였다. 스타의 빈자리를 채운 신진 영화인들에게 관객들의 이목이 쏠렸다.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꿈의 제인’의 구교환, 이민지가 영화제 내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신인 작가들을 발전시키고자 마련된 뉴커런츠 섹션이 예술의 자율성을 상징하는 작품을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발견’이라는 영화제의 가장 빛나는 의미를 재차 확인한 한해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관객들을 위한 영화는 지켜져야 한다”라며 그 어느 순간에도 관객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삼재를 견뎌낸 부산국제영화제, 비온 뒤 땅이 굳을 수 있을까. 과연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년에도 영화와 자율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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