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멜로는 김승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영화 ‘꽃을 든 남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식으로든 강한 흔적을 남긴 영화가 모두 멜로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떤 영화든 멜로가 가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자신이 연출한 단편영화 ‘언체인 러브’를 통해서도 로맨스 장르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택한 멜로 영화 ‘두 번째 스물'(박흥식 감독)에서도 ‘멜로킹’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두 번째 스물’은 결혼한 남자가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만난 첫사랑에게 다시금 흔들리는 이야기. 첫사랑 앞에서 한없이 로맨틱하다가도 종종 철없는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연기한 그는 상대배우 이태란과 달콤한 듯 씁쓸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감독님께서 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캐릭터가 영 지질하잖아요.(웃음) 늘 원숙한 중년의 로맨스를 해보고 싶었는데 원숙과는 거리가 멀었죠. 첫사랑 앞에서는 스무 살 때처럼 철없이 굴게 될 것 같았어요. 제 20대 시절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죠.”
그간 고현정, 고(故) 장진영 등 수많은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온 그는 “여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결코 불편하지 않단다. 남이 잘 돼 스스로가 빛나면 기쁘고 좋은 일 아니냐고.
“전 기본적으로 그런 스타일이에요. 네가 잘 돼 내가 빛나면 좋다. 연예인 야구단을 10년째 해오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네가 빛나서 우리가 잘 되면 좋은 일 아니겠니. 이태란 씨가 칭찬받고 잘 되는 게 곧 제가 잘 되는 일이죠. 제가 좀 덜 보여도 괜찮아요.”
베드신도 마찬가지. 김승우는 첫 베드신에 한껏 긴장한 이태란과 감독 사이를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더 파격적인 장면이 많았어요. 29금 영화가 될 뻔했다니까. 할 것 안 할 것 다 했던 옛 연인을 만나 나누는 과감한 애정신이 꽤 있었는데 많이 순화된 거죠. 이태란이가 신혼초에 베드신을 찍으려니 긴장을 많이 했나 봐요. 선배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감독님과 배우 사이를 오가며 의견을 조율했죠.”
김승우는 아내이자 동료 배우인 김남주가 베드신을 걱정하지 않았냐고 묻자 “아내가 걱정할 게 뭐 있나. 전혀. 작품은 철저하게 작품으로만 봐주고 이해해준다”라고 답했다.
“아내가 걱정할 만큼 심각한 애정신도 없었잖아요? 으하하. 얼마 전엔 아내와 멜로 영화 ‘서약’과 ‘미 비포 유’를 봤어요. 제법 괜찮더라고요. 워낙 멜로 영화를 좋아하니까 자주 보는데 주로 집에서 아내와 함께 보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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