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미안해서 방송에 나온 건데, 나오니 더 미안해졌습니다.”
‘근황의 아이콘’으로 10년 동안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배우 최민용. 그는 27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을 통해 가면을 쓰고서 대중과 10년 만에 대면했다. 그리고 가면을 벗었을 때, 스튜디오가 날아갈 듯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최민용은 그런 존재였다.
10년 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이렇다 할 계기도 없이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증발’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최민용의 근황은 알 길이 없었다. 간간이 목격담이 들리긴 했지만, 이 또한 손가락 안에 꼽힐 수준이었다.
이쯤 되면 최민용 자신이 숨었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복면가왕’으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충격에 가까운 놀람이었다. 패널들은 놀라서 자리에 앉는 일도 잊었다. 최민용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 끝까지 준비해온 노래를 마치 고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잊혀진 연예인 2위, 근황의 아이콘 최민용입니다.”
MC 김성주는 모두가 궁금해했던 질문을 던졌다. 10년 전 돌연 자취를 감춘 계기를 물었다. 최민용은 지난 10년을 한 마디로 함축해서 말할 수가 없다면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답변에서는 준비된 배우가 되기 위해서였고, 그러다 보니 10년의 세월이 지났음을 언급했다.
TV리포트는 28일 최민용과 전화로 한 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나눴다. 그 역시 자신을 잊혀진 연예인이라 생각했을 테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최민용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것처럼 반가워했다. 최민용은 그런 반응에 감사하고 미안했다.
“11월 초에 기자님이 제게 전화하셨을 때만 해도 ‘하이킥’이 방송된 지 10년이 됐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제겐 엊그제 같은 일이었는데, 10년이라고 못을 박아서 이야기하니 충격이었죠. 무대에서 가면을 벗은 뒤 사람들이 놀라는 반응에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어요. 그때부터 당황해서 노래에 대한 감정이 사라졌어요.”
최민용은 ‘복면가왕’에서 춤을 추거나 성대모사를 하며 자신을 내려놨다. 10년이나 일부러 방송 출연을 꺼려온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 모습에 대해 묻자 최민용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목소리에서 눈물이 느껴졌다. 최민용은 “감정이 올라오면 말을 잘 못 한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자신도 모르게 10년이 지났지만, 그 오랜 세월 모습을 노출하지 않게 된 이유, 그간의 생활이 궁금했다. 결혼은 했는지,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는지, 대중이 궁금해한 질문을 던졌다. 최민용은 이 질문에 “배우는 소위 감독이나 작가 등 관계자들이 일을 줘야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났는데, 많은 매체에서 러브콜이 왔습니다. 대부분 ‘하이킥’과 같은 장르의 시트콤이었죠. ‘하이킥’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했고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여러 가지 회의감을 느낀 상태였고, 준비할 시간을 갖기로 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잘하든 못하든 배우는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했던 최민용은 그러지 않았다. 이후 1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배우가 아닌 일반인 최민용으로 살았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마냥 놀 순 없었어요.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그러다 수입이 생기기도 했죠.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언젠가 필요할 거란 생각으로 많은 일을 하고, 배웠어요.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더군요. 감추지도 않았어요. 긴가민가 하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죠. 생활도 편해졌고요.”
‘복면가왕’을 통해 근황의 아이콘 수식어를 떨쳐낸 최민용. 그러나 지금의 관심에 섣불리 취하진 않는다. 오히려 더욱 신중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이다. 최민용은 “어제, 오늘까지는 생각지 못 한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젠 더욱 조심스럽게 결정하려고 한다”며 “주어진 일에는 예전처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MBC ‘복면가왕’ 화면 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