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 배우, 어디에 있나 지금 나타났나.” 영화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배우 김주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주현은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신인임에도 꽤 많은 분량의 캐릭터를 맡은 김주현은 그 부담감을 야무진 연기력으로 돌파해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 강진에 이어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재난에 혼돈에 휩싸인 대한민국을 그린 영화. 김주현은 김남길이 연기한 재혁의 여자친구이자 원자력 발전소 홍보관 직원 연주 역을 맡았다. 연주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자랐지만 언제나 씩씩하다. 발전소 사고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또, 주인공 재혁을 때로는 엄마처럼, 누나처럼 지켜주는 강인한 면모도 지녔다.
“연주가 재혁을 변함없이 믿어주고,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은 강인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그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아요. 재혁과 그의 가족들을 실제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했던 거죠. 연주는 재혁에게 툴툴거리기도 하지만 속은 굉장히 여린 아이예요. 원래 가족에게 더 솔직하지 못하잖아요. 힘든 소리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연주는 분량면에서도, 그 존재감면에서도 만만찮은 캐릭터다. 김주현은 오랜 공백기 끝에 다가온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단다. 자신이 가진 능력치 그 이상을 오디션에 쏟아부었고, 캐스팅 후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판도라’에 올인했다.
“오디션 때 제가 가진 능력치의 100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붙든 안 붙든 후회 없이 나오고 싶었거든요. 감독님께서 처음엔 제 비주얼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하셨어요. 조금 더 거친 이미지를 원했는데 앞머리 자른 작은 애가 오디션장에 들어왔더래요.(웃음) 그런데 제 입과 눈을 보고 ‘저 친구 해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감독님께서 말씀은 안 하셨지만 큰 역할에 신인을 캐스팅했다는 부담감이 엄청났을 거란 말이죠. 그 부담감을 알기에 제대로 해내고 싶었어요.”
캐스팅 이후 첫 촬영까지 김주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달. 여장부 같은 연주를 소화하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경상도 사투리도 수험생의 심정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새벽에 집밖을 나서 늦은 밤 퇴근하기를 한달. 게다가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버스 고속도로 역주행 장면을 위해 운전면허 취득이라는 미션까지 떨어졌다.
“면허는 크랭크인날 한 번에 땄어요.(웃음) 저를 캐스팅해주신 감독님의 부담감을 잘 알기에 못하고 싶지 않았어요. 성격상 자존심이 세서 ‘한 달 동안 뭐한거야’라는 소리 듣기도 싫었거요. 사실 연습 때까진 계속 불합격이 나왔거든요. 시험 당일 새벽같이 나가서 연습하고 면허 따러 갔죠. 농담 삼아 소속사(화이브라더스) MT 때 버스 운전을 제가 해도 되겠다고.(웃음) 저희 회사에서 버스 운전면허 있는 사람이 저랑 강지환 선배 두 명인데, MT 갈 때 올 때 번갈아 하면 되겠다 싶었죠. 여하튼 선배님들을 뒤에 태우고 역주행 장면을 찍는데 떨리더라고요. 스스로 멘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NG 내면 선배님들도 다시 찍으셔야 하니까 쉽지 않았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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