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이 만드는 진주같이 빛난 배우가 있다. 바로 악역 허치현 역의 배우 이지훈(29)이다. KBS2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이지훈은 단역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서브 남주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난 이지훈은 대중의 시선을 싹쓸이한 연기를 펼쳤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감정 연기가 빛났다.
‘푸른 바다의 전설’ 속 허치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재벌 2세. 하지만 이는 엄마 강서희(황신혜)가 본처를 밀어내고, 새아버지 허일중(최정우)과 결혼해 얻은 자리다. 이러한 환경은 허치현을 콤플렉스 덩어리로 만들었다. 아빠의 사랑을 갈구하고, 친아들인 허준재(이민호)를 질투했다. 그러다보니 허치현은 점점 악역으로 흑화됐다.
“처음에 작가님이 인물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흑화인지는 몰랐어요. 대본을 받아 보고 알았죠. 감정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나도 연기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많이 예민해졌어요. 웬만하면 사람들을 잘 안 만나고, 저 스스로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이지훈은 악역 연기를 잘 소화했다는 호평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치현이가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유 있는 악역이라는 설명이다. “치현이는 착한 애예요. 어릴 때 질투심에 준재한테 그랬던 것 같고,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미워하지 않았고, 엄마가 나쁜 짓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준재가 저를 자극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지훈은 죽음으로 최후를 맞으며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허치현은 어머니 강서희가 새아버지 허일중 살해로 체포되자 폭주했다. 이에 허치현은 허준재(이민호)에게 총을 겨눴는데, 대신 심청(전지현)이 맞았다. 살인미수죄로 허치현 역시 잡혔다. 모든 것을 다 잃은 허치현은 자살을 택했다. 특히 눈을 감으며 그는 강서희에게 “어머니가 내 어머니인 게 너무 저주스럽습니다”라고 말해 비극미를 더했다.
“죽는 연기는 ‘블러드’에 이어 두 번째였어요. 치현이의 죽음은 너무 슬펐어요. 비참하고, 안타깝고, 가엽고 그랬어요. 죽기 전보다 죽으러 가는 장면을 찍을 때 더 슬펐어요. 아빠 마대영(성동일)을 생각하면서 조사받으며 눈물 흘리는 신이요. 방송 나오는 거 보면서도 되게 짠했어요.”
이지훈에게 ‘푸른 바다의 전설’이 새로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를 했다는 점이다. 무려 상대가 전지현이었다. 이지훈은 이전까지 ‘브로맨스 전문가’였다. ‘학교 2013’을 시작으로, ‘최고다 이순신’, ‘블러드’, ‘마녀보감’, 그리고 KBS 단막극 ‘전설의 셔틀’까지, 매 작품마다 남자 배우와 브로맨스를 뽐내왔다.
이지훈은 “여배우와 둘이 투샷이 잡혔던 적이 없어요. 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지현 누나와 딱해서 정말 감사했어요. 한 번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로맨스 연기를 진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음에 꼭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지훈은 전지현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며,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조언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입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전지현 칭찬을 쏟았다.
“전지현 누나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우셔서 현장에서 보면 정말 좋았어요. 연기할 때도 좋게 받아주시고, 잘 챙겨주시고, 연애 상담도 해주셨어요. ‘지훈 씨는 결혼하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결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아들 사진도 봤는데 누나를 닮아서 진짜 예쁘더라고요.”
허치현을 만나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이지훈. 그는 ‘푸른바다의 전설’을 자신의 인생작이라고 꼽았다. “칭찬 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저도 연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지훈은 인생작을 또 바꿀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달려나갈 예정이다. 다음에는 “서른이 됐으니 학원물을 다시 해보고 싶고, 형사나 변호사 연기도 하고 싶어요”라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그가 덧붙인 말이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저는 연기로 잘 될 거예요!”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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