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꽃파당’ 장내관입니다…대기만성형 배우 하회정 [인터뷰]

이우인 기자 2019.10.28 조회수

[TV리포트=이우인 기자] 매주 월, 화요일 여성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드라마가 있다.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이야기다.

‘꽃파당’은 조선 최고의 매파당 ‘꽃파당’이 왕의 첫사랑이자 조선에서 가장 천한 여인 개똥을 가장 귀한 여인으로 만들려는 조선 혼담 대 사기극을 그린 작품. 김민재, 박지훈, 서지훈, 변우석 등 꽃미남 배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 중 이수(서지훈 분)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하회정이 연기한 장내관이다. 꽃미남들 속에 있다 보니 가려져 있던 장내관. 그의 옷을 입은 하회정을 ‘꽃파당’ 마지막 촬영 후 TV리포트가 만났다.

# 개똥이 오빠와 함께 오디션

하회정은 오디션을 통해 ‘꽃파당’에 캐스팅됐다. 그가 처음부터 장내관은 아니었다. 개똥이 오빠(문유상 분)와 장내관 역할을 두고 오디션을 보게 됐고, 최종 장내관 역할에 발탁이 됐다.

오디션을 볼 땐 개똥이 오빠가 되고 싶었다는 하회정. 그 이유를 묻자 “그냥 재미있어 보였다. 해맑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재미있었다”라고 답했다.

“오디션을 보고 나니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개똥이 오빠가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불편한지 감이 안 잡혔는데, 네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감을 잡았다’라고요. 그런데 개똥이 오빠가 아니고 장내관 역에 캐스팅돼서 이유가 궁금하긴 해요. 허허.”

드라마 속 내관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라 하면 허리를 구부리고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는데, 하회정은 퓨전 사극에 맞춰서 이를 혼합했다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 속 내관 연기도 참고해 하회정만의 장내관을 창조한 것. 목소리는 현대적인 느낌인 반면, 허리는 많이 구부렸다.

사극 연기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하회정은 “준비 과정도 힘들고, 땀이 많은 편이다 보니 초록색 의상이 군청색이 되곤 해서 힘들었다. 연기적으로는 그 시대만 쓰는 어조와 단어 차이가 있어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음에 사극을 한다면 갑옷을 입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액션은 자신 없는데, 갑옷을 입으면 가만히 있어도 왠지 멋있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늦깎이 배우, 그러나 대기만성형 하회정

하회정. 아직은 낯선 이름의 배우다. 하회정은 본명이다. 느낌은 여성스러운데 뜻은 모을 회, 장정 정으로 남성적이다. 그러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여성일 것 같단 착각을 일으킨다. 안타깝지만 신인 배우 하회정의 현주소다.

좀더 배우 느낌이 있는 활동명을 쓸 법도 한데, 하회정은 “제가 20대 초반의 비주얼이 좋은 배우였다면 그랬을 것 같지만, 서른도 넘은 데다 평범 이하의 비주얼인데 다른 이름을 굳이 쓸 필요가 있나 싶더라”라고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다.

이렇게 말하면 하회정이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연기에 눈을 떠 배우 길에 접어든 걸로 보이지만, 하회정은 박서준, 박진주 등과 서울예대 동기로 연기를 기초부터 닦은 배우 꿈나무였다. 그러나 프로필만 넣어도 탈락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배우 꿈을 접기도 했다.

“글램핑 사업장에서도 일하고, 매니저 생활도 아주 잠깐 했어요. 사실상 백수였죠. 아버지가 퇴근하실 때쯤 나가서 숨어있다가 주무실 때쯤 기어들어오기 일쑤였죠.”

서른 무렵, 하회정은 “20~30년이 지나서 내가 뭐를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는데, 연기 근처에서 맴돌 것 같긴 하더라. 배우는 아니더라도 연기 치료사, 연기 선생 등 연기 비슷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기로 했고, 대학원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재학 중 하회정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7년 ‘구해줘’ 오디션에 덜컥 붙은 것. 하회정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겁많고 정이 많은 만희 역에 캐스팅됐다. 옥택연, 우도환, 이다윗 등과 무리를 짓는 인물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대학 졸업 무렵인 20대 초반 해내지 못한 배우의 길을, 하회정은 30대 초반 비로소 이뤄냈다. 이후 ‘크로스’ ‘추리의 여왕’, 그리고 ‘꽃파당’에 이르기까지 그는 역할의 경중을 떠나 쉬지 않고 ‘열일’ 하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시도 연기를 놓지 않던 하회정의 마음가짐이 뒤늦게 빛을 본 결과물이었다.

# 신구처럼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목표

하회정은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아버지가 가장인 평범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살집이 있는 체형과 내성적인 성격, 부족한 학업 능력에 ‘만화 덕후’ 같은 이미지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종종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즉 ‘왕따’였던 것.

하회정은 왕따였던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때의 시절이 그렇게 우울하거나 기억하기 싫진 않다.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경험이 나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관심사라 하면 오로지 만화 보는 것뿐이던 하회정을 연기의 길로 이끈 이는 학창시절의 풋풋한 짝사랑이다. 하회정은 “연극 동아리를 하는 친구를 짝사랑했다. 이 친구한테 말을 걸고 싶은데, 연기를 하면 언젠가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수했던 것 같다. 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판타지에 젖었었다”라면서 웃었다.

그렇게 접근한 연기이지만, 하면 할수록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하회정은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짜릿하기도 하다. 연기를 못한다고 하면 스트레스 받고 우울하기도 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 행복하고 즐겁다”라고 연기의 의미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