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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이 밝힌 #치느님 #자영업 #우디앨런[인터뷰]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말맛 달인 이병헌 감독이 작정하고 돌아왔다. 영화 ‘스물’로 발군의 코미디 감각을 드러낸 그는 1초에 한번 웃길 각오로 영화 ‘극한직업’을 만들었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치킨집 장사가 너무 잘 돼 수사에 난항(?)을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낸다.

닭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고, 서빙하는 와중에 불현듯 스쳐오는 형사로서의 정체성 혼란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사를 타고 웃음으로 탄생한다.

이병헌 감독이 “제가 한 번 웃겨보겠습니다”라며 택한 ‘극한직업’은 벌써 심상치 않은 입소문 기운을 드러내고 있다. 이병헌 감독은 “남녀노소 기분 좋게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영화다.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다음은 이병헌 감독과 일문일답

-마약, 경찰이라는 전형적인 소재를 비틀었다.

또 조폭, 또 경찰, 또 마약. 처음에 연출 제안 받았을 때 ‘제가 싫어하는 거 다 나오네요 안 할래요’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치킨이 들어가자 비틀 수 있겠단 자신감이 들었다. 뻔한 소재를 리폼해서 재밌게 한 번 비틀어보고 싶었다.

-각색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지점이 있다면.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인물이 지금보다 많았다.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뺐다. 내가 각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매 장면 코미디 요소를 삽입하는 것이었다. 너무 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웃기고 싶었다. 웃음에 굉장히 강력하게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우디 앨런의 ‘스몰타임 크룩스’와 설정이 비슷하다.

‘극한직업’은 문충일 작가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청년지원작에 선정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워낙 우디 앨런을 좋아하기 때문에 ‘극한직업’ 아이디어가 굉장히 반갑고 좋았다. ‘스몰타임 크룩스’와 초반 설정은 비슷하지만 이후 전개 과정과 전체적인 영화의 결은 전혀 다르다. ‘스몰타임 크룩스’에서는 인물들이 결국 욕망을 좇아가잖나. 반면 ‘극한직업’에서는 욕망을 채울 물리적인 것을 받아들이지 않잖아. 

-전작 ‘바람 바람 바람’은 불륜이라는 소재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차기작으로 ‘극한직업’을 택한 데 영향을 끼쳤을까.

‘바람 바람 바람’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부정적인 소재였기 때문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쉰 날이 없었다. 정서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져 있는 상태였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내 작품 가운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여하튼 어마어마한 자괴감과 강박에 시달리던 가운데 ‘극한직업’을 제안 받았다. 연출자로서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작업하고 싶었다. ‘제가 한 번 웃겨보겠습니다!’라면서 ‘극한직업’을 택했지. 실제로 찍으면서도 정말 많이 힐링했고.

-고반장은 처음부터 류승룡을 염두에 두고 쓴 캐릭터인가.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라는 대사나 치킨 요리 장면은 CF처럼 연출했더라. 여러모로 류승룡이 출연한 ‘배달의 민족’ CF가 연상되던데.

‘배달의 민족’이 떠오른단 얘길 이렇게 많이 들을 줄 몰랐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류승룡 선배님은 내가 연출자로 합류하기 전부터 모두가 원했던 배우였다. 선배님이 아닌 고반장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선배님이 출연 거절했다면 정말 멘탈 붕괴였을 거다.

-치킨을 어떻게 맛있게 표현할지 고민은 없었나.

치킨이라는 게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치킨이 맛없게 찍한다는 게 상상이나 할 수 있나. 걱정 안 했다. 치느님을 믿었지.

-다음 작품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다.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워낙 좋아했다. 영화는 일단 돈이 들잖아. 중학교 때 한달 용돈이 5000원이었다. 영화 한 편 보기 쉽지 않았다. 드라마는 돈이 안 드니까 정말 많이 봤지. ‘극한직업’ 촬영 끝나고 ‘나의 아저씨’를 틀었는데, 저녁 6시부터 봐서 새벽 1시까지 봤다. 화장실 가기 싫을 정도로 재밌더라. 그 전까진 인생 드라마가 ‘모래시계’였는데 25년 만에 ‘나의 아저씨’로 바뀌었다니까. 어마어마한 드라마다.

-이병헌 감독 작품의 배우들은 유독 팀워크가 돈독하다. 비결이 있나.

이상하게 항상 그렇더라. ‘극한직업’ 배우들 미팅할 때부터 이 영화는 한 명이 도드라지는 영화가 아니라는 얘길 계속 했다. 팀이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모두가 동의해줬고, 그에 맞게 연기해줬다. 편집할 때 배우들이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다 보이거든. 정말 작정하고 서로를 배려한 게 느껴지더라. ‘극한직업’은 웃긴 영화이기도 한데 내겐 따뜻한 영화이기도 하다. 비결이랄 건 없고, 배우 운이 좋은 것 같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겨 있는데. 

자영업에 대한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 알바도 해봤고, 요식업을 운영했다 망한 적도 있다. 소상공인의 울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 프랜차이즈 문제점을 심각하게 다루고 싶진 않았지만, 속시원하게 한마디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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