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영화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과 개봉 첫 주 주말에 누적관객 300만 명 돌파. 연이은 겹경사는 배우 이선균을 춤추게 만들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선균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선균은 연기한 박 사장은 글로벌 IT기업을 이끄는 유능한 CEO이자, 언제나 매너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일이 바빠 가정의 대소사는 아내 연교(조여정)에게 일임한다.
지난 2001년 연극 ‘록키호러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올해 데뷔 18년에 접어든 이선균. 그동안 수많은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으나, 봉준호 감독과는 첫 만남이었다.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시, 이선균은 “칸 영화제 간다는 소식보다 훨씬 더 좋았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분과 작업해서 행운”이라고 밝혔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과 작업하면서 그의 준비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서 좋았으나, 감독님의 명성 때문에 첫 촬영을 앞두고 긴장했다. 그리고 박사장이 사건 중심의 인물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할까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캐릭터 콘티까지 완벽하게 잡아주셨고, 세부적인 묘사까지 설명해주셨다. 그 외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셔서 ‘영화 잘 찍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 이외 함께 출연한 송강호와 조여정과도 첫 만남이었다. 두 배우에 대해 이선균은 “봉준호라는 여행사에 송강호는 가이드 같은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잘 이끌어줬다”며 “조여정은 에너지가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래서 매우 편했다”고 평가했다.
그 중 오랜만에 재회한 인물도 있었다. 박사장의 딸 다혜를 연기한 정지소였다. 그는 7년 전 이선균과 한 과자 광고에서 호흡 맞춘 적이 있었다. 이선균은 “촬영 전 박사장 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지소가 광고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지소가) 중학생이었고, 표정 연기를 매우 잘했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정지소 때문에 이선균의 아들이 크게 오해한 사연을 이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선균은 “어느날 ‘아빠’라고 부르는 지소를 보더니, 저 누나 누구냐며 물었다”며 “평소 TV를 잘 안 보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아빠’ 호칭으로 불러서 많이 충격받은 것 같다.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애매했다”고 전했다.
이선균은 생애 처음 프랑스 칸을 다녀온 후기도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끝까지 간다’로 초청받았으나, 레드카펫은 ‘기생충’으로 처음 밟았다. 그는 “2년 전에 아내 전혜진이 먼저 다녀와서 자랑을 많이 해서 내심 궁금했다. 영화제 일정이 다른 작품 촬영과 겹쳐서 다녀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일정이 맞아서 가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현장 상영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선균은 “이미 한 차례 스태프들과 먼저 봤다. 좋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반응할까 솔직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 박수갈채를 함께 지켜본 강호 형 또한 이건 진짜라고 설명해줬다”고 회상했다.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효과였을까.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후, 단숨에 누적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선균은 “아직도 꿈만 같다”며 얼떨떨한 기분을 전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소화했지만,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평소 반응이 없던 대학교 동기들에게 축하한다는 응원 문자도 받았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과 또 한 번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했다. 그는 “연출력도 뛰어나시지만, 모든 스태프와 단역 배우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등 잘 챙겨주시고, 힘을 북돋아준다. 그래서 인기가 많다. 감독님의 작품에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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