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는 핼러윈 데이, 으스스하면서도 재미있는 기념일이죠. 10월 31일에 1년이 끝난다고 생각했던 고대 켈트족은 이 시기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져 망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온다고 여겼습니다. 귀신 분장을 하거나 오싹한 표정을 새긴 호박 등을 만드는 것은 주변을 배회하는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서라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핼러윈 데이, 코로나19 때문에 예년처럼 여럿이 모여 떠들썩하게 즐기기는 어렵지만 가족끼리 함께하는 홈파티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오싹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장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핼러윈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영화 한 편이 있다면 집에서 보내는 핼러윈 데이도 절대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핼러윈 분위기가 나면서도 무섭지 않아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빅위시(2019)’
멕시코 애니메이션 영화 ‘빅위시’는 일 년에 단 한 번, 세상을 떠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합니다. 부모님을 찾고 싶은 주인공 ‘코코’는 이 날을 기다리며 제단을 만들지만 코코의 할머니는 부모님을 부르지 못하게 합니다. 할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코코.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비밀의 성’으로 떠난 코코는 그 곳에서 부모님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교수 ‘몰레트’를 만나게 되는데… 귀여운 캐릭터와 직관적인 스토리로 어린이들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코코이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2018)’
부모님을 잃은 주인공 ‘루이스’는 유일한 혈육인 삼촌 ‘조나단’과 함께 살게 됩니다. 조나단 삼촌의 친구이자 이웃인 ‘플로렌스’도 루이스를 반겨주지만, 조나단 삼촌의 집은 어쩐지 수상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심지어 삼촌은 매일 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집을 돌아다녔고 루이스의 의심은 커져만 갑니다.
결국 조나단은 자신과 플로렌스가 사실 마법사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집에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시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는데요. 이 시계를 찾아서 저주를 풀어야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나단과 플로렌스를 도우려던 루이스 때문에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유명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플로렌스를, 코믹 연기로 이름난 잭 블랙이 조나단 삼촌을 맡았습니다.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 가이드(2020)’
넷플릭스 영화 ‘베이비시터를 위한 몬스터 사냥 가이드’ 입니다. 미국 10대 청소년들은 아이 돌보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요. 영화 주인공 ‘켈리’도 핼러윈 데이에 이웃집 아이를 돌봐 주는 베이비시터 알바를 맡았습니다. 다들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한 핼러윈 데이에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사실 켈리는 어린 시절 ‘몬스터’를 본 이후 계속 악몽을 꾸고 있었습니다. 남에게 몬스터를 보았다고 말해도 믿어줄 리가 없어서 고독한 생활을 계속해야 했던 켈리. 그렇게 매 해마다 외로운 핼러윈데이를 보내는 딸을 안타깝게 여긴 부모님이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추천해 준 것이었죠.
그런데, 알바하러 간 집 아이도 어렸을 적 켈리처럼 몬스터를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몬스터들에게 납치까지 됩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켈리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고, ‘베이비시터 결사단’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해리포터 ‘말포이’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톰 펠튼이 출연했습니다.
‘코코(2017)’
핼러윈 하면 디즈니 픽사의 명작 ‘코코’를 빼놓을 수 없죠. 이 영화도 멕시코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주인공 미구엘은 음악을 사랑하는 열두 살 소년이지만 집안 대대로 ‘음악만은 하면 안 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어 가족들 몰래 숨어서 기타를 연습하곤 합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리며 축제를 벌이는 죽은 자들의 날이 다가오자 마을은 음악으로 가득 차게 되고, 존경하던 음악가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손에 넣은 것을 계기로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조상들을 보며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미구엘은 살아있는 사람이기에 해 뜨기 전에 저승에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미구엘에게 접근하는 의문의 조력자 ‘헥터’. 둘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서로 가까워지고, 그 과정에서 미구엘은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가슴 따뜻한 가족사랑이 가득한 명작 영화 코코, 핼러윈 밤에 따뜻한 감동을 채워주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원더(2017)’
감동과 교훈까지 얻을 수 있는 교육적인 영화를 찾고 있는데, 억지 감동은 사양이라면? 2017년 개봉작 ‘원더’는 어떨까요. 이 영화 주인공은 호기심 많고 유머감각도 뛰어난 아이 ‘어기’ 입니다. 착한 소년 어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크리스마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대신 핼러윈 데이를 훨씬 더 좋아하는데요.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났기에 얼굴을 가리고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핼러윈 데이만을 기다린 것입니다. 홈스쿨링으로 집에서만 공부하던 어기는 평소에도 우주인 헬멧을 쓰고 외출을 합니다.
그러다가 5학년으로 올라갈 때가 되자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학교에 가기로 결심하는 어기. 남들의 시선에 상처도 받지만 가족과 몇몇 친구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됩니다. 편견을 한 꺼풀 걷어내면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며, 차별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손을 잡아주는 용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잔잔하게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원더’를 다 보고 나면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거예요.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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