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배우들의 연기 호평 속에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이희준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띈다. 그는 알려졌다시피 몸무게를 25kg이나 증가시키며 연기 열정을 꽃피웠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극중 곽상천은 박통(이성민 분)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인물로, 2인자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과 대립각을 세운다. 특히 곽상천의 깐죽거림, 탱크 타령 등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웃음을 준다. 이를 두고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은 ‘숨 쉴 틈을 준 존재’라고 표현했다.
영화 개봉 전 만난 이희준은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했다는 자체로 부담보다는 흥분감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민호 감독과 다른 배우들 칭찬을 하느라 바빴다. 그 스스로도 “내 얘기를 해야 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 이희준은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이병헌 칭찬부터 했다.
“병헌 선배님의 클로즈업이 많잖아요. 마지막 차 안에서 결정하는 그 얼굴에서 클로즈업이 정말 좋더라고요. 어려운 연기를 저렇게 한다는 것이 대단했어요. 그에 비해서 제 역할은 클로즈업이 없잖아요. 그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극에서 제 캐릭터가 해줘야 할 역할에 충실하려고 애썼구나, 나 스스로 칭찬했죠. 제 역할에 100% 늘 만족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도 있지만, 내가 저 당시에 저렇게 역할을 해줘야겠다고 집중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느꼈어요. 다른 것보다 각하를 위하려고 병헌이 형을 화나게 하려고 했구나 느꼈죠.”
이희준은 우민호 감독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희준은 “어떤 기자분이 ‘우민호가 돌아왔다’고 평을 한 것을 보고 감독님이 ‘나 어디 갔었냐’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희준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우민호 감독이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평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은 작품이 별로 없어요. ‘미쓰백’이랑 ‘남산의 부장들’이 전부예요. 영화를 보는데 되게 목이 타더라고요. 긴장감 있는 사건이 많지는 않은데, 연출을 정말 잘 하신 것 같아요. 차갑게, 치우치지 않게. 우리가 알고 있는 팩트를 기반으로 차갑게 연출하려고 애쓰신 것이 되게 멋있었어요.”
사실 이희준은 곽 실장 캐릭터가 다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 캐릭터가 더 공감이 갔다고. 이희준은 우민호 감독이 자신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곽상천을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감독님이 왜 나한테 이것을 제안했지 궁금했어요. 배우들은 그럴 때 의욕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감독님께 물어보니 이병헌과 멱살잡고 해야하는데 누가 어울릴까 했는데, ‘마약왕’에서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하는데 제가 기가 안 눌리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희준은 “저는 이해가 안 되면 연기가 안 된다. 그것이 연기할 때 가장 큰 노력이다” 고백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촬영을 하면서 곽상천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믿음’에 포커스를 맞추고 연기한 것 같아요. 곽상천한테는 그게 최선이었구나, 그렇게 믿고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그게 나라를 위한 일이고, 각하를 위한 일이었다고 100% 확신합니다. 1%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곽상천이 사심이 가장 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권력욕은 없었던 것 같아요. 충정이 잘못되면 무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캐릭터인 것 같아요.”
곽상천 연기를 위해 25kg을 증가해 100kg까지 찍은 이희준. 체중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몸싸움을 해야하는 이병헌과 몸집이 비슷했기 때문. 결과적으로 체중 증가로 연기도 더욱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희준은 “배우로서 재밌는 가면을 쓴 느낌”이라고 소감을 표현했다.
“배우로서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몸이 그렇게 되고 옷을 입고 액션을 하니까, 그냥 앉았다 일어날 때도 힘들고, 쳐다볼 때도 한 번에 안 되더라고요. 걸음걸이도 뒤뚱뒤뚱 달라졌고요. 이병헌 선배님이 암벽 등반하냐면서 웃으셨어요. 톤도 더 낮아지고, 숨이 차서 대사를 한 번에 못하게 되더라고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몸싸움 신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찍었어요. 큰 액션이 없어서 부담은 없었는데, 끝나고 병헌 선배님한테 ‘괜찮냐’고 전화가 왔어요. 샤워를 하면서 보니까 멍이 많이 들어있더라고요. 선배님은 진짜 많이 들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애드리브는 전혀 없었어요. 멱살 잡을 때는 대사가 욕 밖에 없었어요.”
이번 체중 증가만 봐도 이희준의 연기 열정을 알 수 있다.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주목받은 뒤, ‘전우치’, ‘직장의 신’, ‘유나의 거리’, 영화 ‘해무’, ‘오빠생각’, ‘1987’, ‘미쓰백’, ‘마약왕’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이희준. 그는 스스로 “워커홀릭이다. 몸을 가만히 안 놔두고, 부지런하려고 애쓰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연기를 하는 것이 재밌어요. 항상 불안하고, 못하면 어떡하지, 욕 먹으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함은 늘 있지만요. 연기를 할 때나 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남산의 부장들’도 하면서 내가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 이해하게 됐고, 세상을 보는 저의 시선이 달라지고 넓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수행 같기도 해요. 제가 ‘남산의 부장들’을 하지 않았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이해하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끝내고 나니깐 무엇인가를 강하게 믿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멋진 이득이고, 정말 재밌어요.”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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