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김비서가 왜 그럴까’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정치인(이유준)을 빼놓을 수 없다. 현실에 있을 법한 연기로 재미와 공감을 다 잡았기 때문.
이유준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백선우 최보림 극본, 박준화 연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이유준은 “정말 추억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제가 일하면서 즐거웠던 만큼, 보는 사람들도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벅찬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유준은 유명그룹 부회장 부속실 부장 정치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내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인물. 코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데도 큰 몫을 했다.
정치인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한 탓에 이유준은 푸근하면서도 웃긴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 하지만 이유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토록 코믹한 캐릭터는 없었다. 꼼꼼한 캐릭터 분석은 물론, 열정적으로 노력한 끝에 완성한 것.
“제가 코믹한 연기를 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박준화 감독님으로부터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사실 고민이 많았죠. 이번에는 그런 고민들도 밝은 기운의 에너지와 부딪히면서 스파크가 튄 것 같아요. 서서히 (코믹한 연기도 되는) 저를 알아 가고 있는 듯해요. 배우로서 즐거운 고민을 했죠.”
이유준의 코믹한 연기가 돋보였던 이유 중에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팀워크도 컸다. 이유준도 동의했다.
“한정된 공간에 있으면 가족 보다 더 친해지거나, 처음 보는 것보다 못해지거나 그렇게 되잖아요. 우리 팀은 정말 가족 보다 친했어요. 예전부터 겪었던 고민도 편하게 털어놓으면서 그렇게 친해졌던 것 같아요. 다들 열린 마음으로 연기를 주고받으니까 시너지가 컸어요. 분위기 살리려고 애드리브도 저절로 나오고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일까. 이유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 팀을 향한 고마움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다. 제가 나이도 가장 많고 그래서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하나같이 다 반겨주더라. 그래서 연기하기도 더 편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해 고민할 때도 뭘 선택하든 거기에 맞게 연기해줬다. 감사하다”고 알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유준은 “동네 아이들도 알아보고, 어르신들도 지나갈 때 물어보시더라. 확실히 ‘김비서가 왜 그럴까’ 후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사하고 그렇다”면서 수줍게 미소 지었다.
2009년 영화 ‘바람’으로 데뷔한 이유준은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연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 때 tvN ‘시그널’을 만났다.
“연기를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을 때였어요. 김원석 감독님한테 ‘시그널’로 연락을 받았는데, 꾸미지 않고 소탈하게 제 모습 그대로 보여드렸죠. 그전까지만 해도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표준어를 쓰기도 하고, 누구인 척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김원석 감독님이 진짜 제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까지 됐죠. 그때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제가 되든, 안 되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죠. 김원석 감독님께 감사해요.”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유준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바로 배우 하정우. 이유준은 “하정우 형을 존경한다. 예전부터도 좋아하는 배우였다. 사석에서 대화를 나눠보니까 정말 멋진 사람이고, 멋진 배우더라. 인간적으로도 닮고 싶다. 저도 하정우 형처럼 멋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이유준. 가족 사랑이 대단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었다.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울 겁니다. 부끄러움은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 가족들이 다 같이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이가 있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즐거운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배역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열일하고 싶어요.”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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