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서현우는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최근 영화 ‘죄 많은 소녀’로 작지만 단단한 열풍을 일으켰고, 영화 ‘뷰티풀 데이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출연 중인, 혹은 출연 예정인 작품도 줄을 섰다.
학창 시절 제법 공부를 잘했던 그는 한 대학교의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자퇴했다. 연기를 향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홀로 준비했고, 단번에 합격했다.
‘독학’으로 연기 공부했던 그이지만 매 학기 전액 장학금을 타며 치열한 한예종 연극원 안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무명생활도 한눈팔지 않고 연기만 팠다.
수많은 영화의 단역으로 내공을 쌓던 그는 영화 ‘그놈이다’를 기점으로 ‘이름 있는’ 캐릭터를 맡으며 조금씩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종종 작품 안에서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인물을 연기하기도 했으나, 그의 연기마저 기능적으로 휘발되진 않았다. 어떤 성격, 어떤 직업의 옷을 입든 스크린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짧은 등장에도 관객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모든 인물은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노련함이 있잖아요. 그 사람이기에 가능한 노련함, 공간 안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는 느낌이요. 삶과 일상의 피로, 무기력함도 있을 것이고요. 연기할 때 힘을 빼라는 얘기가 바로 이러한 노련함, 혹은 무기력함에 주목하라는 뜻 같아요. 대사나 표정을 관객에게 정확히 주입하려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의 피로함도 동반한 연기를 하는 거죠.”
그가 캐릭터를 맡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인물의 개인사를 떠올려 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평소 예민한 관찰력으로 사람들을 응시한다.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카페 바리스타에게도 개인사가 있을 것이고, 늘 빠릿빠릿하게만 커피를 만드는 건 아닐 테죠.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 걸 관찰하는 거죠. 대학로에서 무대 연기를 할 때는 발음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영화에서는 정확한 연기 대신 공기와 공간 안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되고자 해요.”
서현우는 이를 전형성을 해체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인물을 둘러싼 부연 설명을 모두 지우고 오롯이 인간 자체에서 출발하는 일. 그가 어떤 영화에서든 날것처럼 살아 숨 쉬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전형성을 파괴시키는 작업이 중요해요. 전형성을 해체해야 폭넓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죠. 직업이 빠지면 인간이 보이거든요. 캐릭터를 온전히 다 발가벗긴 다음 인간 자체로 출발하죠.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과 지내고 있는지까지요. 저는 촬영장에 가면 소품, 세트장 구석구석을 살펴요. ‘죄 많은 소녀’에서 담임 선생님을 연기할 땐 교무실 제 자리 서랍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는 거죠. 그 인물이 진짜 사용할 것 같은 소품을 일부러 갖다 놓기도 하고요.”
그는 내년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배심원들’의 개봉과, 한창 촬영 중인 ‘해치지 않아’로 관객과 만난다.
“소처럼 일해야죠.(웃음)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지만, 한걸음 한걸음 정진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 가면 아는 얼굴들도 많아졌고, 신기해요. 제가 영화라는 일에 귀속됐고 배우가 제 일이 됐다는 것이 실감 나는 요즘이에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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