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손녀가 고래만 보면 헐떡거린다.” 인기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배우 박성훈에게 한 말이다. 이는 비단 할머니 손녀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시청률 50%(최고 시청률 49.4%)에 육박하며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김사경 극본, 홍석구 연출)에서 장고래 역을 연기한 박성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그는 약도 없다는 ‘고래 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고래, 그리고 박성훈은 누군가에게는 워너비 남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아들 또는 사위로 삼고 싶은 남자였다.
이 같은 인기는 박성훈이 단지 훌륭한 피지컬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배우답게 연기로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박성훈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강점으로,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줬다. 또한 그는 로맨스부터 감정 연기까지 소화해내며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여기에 박막례 할머니 영상을 통해 입덕한 이들이 많듯이, 박성훈은 인간적인 매력도 넘친다. 장고래처럼 실제로도 맑아 보이는 그는 진솔하고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머도 겸비했다. 닮은꼴 얘기가 나오자 박성훈은 “오현경 선배님도 들어봤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형식적이지 않고 즐거운 만남의 시간이었다.
‘하나뿐인 내편’에서 박성훈은 치과의사 장고래 역을 맡았다. 아빠 없이 자란 장고래는 엄마와 동생 장다야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또한 그는 어릴 때 상처로 연애를 못하는 남자이지만, 김미란(나혜미)을 만나면서 달라졌고 결혼까지 했다. 주말극 막내 커플이 그렇듯이, 박성훈과 나혜미는 풋풋하고 달달한 러브라인으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박성훈은 나혜미와 했던 신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특히 ‘미란이가 연애를 하다가 먼저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고래는 트라우마로 인해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거절을 하다가 둘의 감정이 해소되면서 결혼을 결심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나혜미의 실제 남편은 에릭이다. 나혜미는 KBS2 ‘해피투게더’에서 에릭이 박성훈과의 애정신을 질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저도 질투 얘기를 ‘해피투게더’에서 처음 들었어요. 제가 아무래도 (에릭보다) 후배이다 보니까, 조금 더 신경 쓰여서 말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생각할 정도로 혜미는 배려심이 많고, 맑은 영혼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착해요.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는만큼 열정을 갖고 했고요. 혜미와 동반 CF 촬영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전혀 소식이 없네요.(웃음)”
‘하나뿐인 내편’은 후반부로 가면서 강수일(최수종)이 고래의 아빠를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후에 누명으로 밝혀짐)이 알려진다. 고래 가족은 강수일, 김도란(유이) 부녀와 원수가 된다. 고래의 엄마인 나홍실(이혜숙)은 도란과 자매처럼 자란 미란과, 아들의 이혼을 종용했다. 그러한 때 고래는 코피를 종종 쏟는가 싶더니 쓰러지기까지 했고,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길어봤자 6개월 밖에 못 산다고 했다.
박성훈은 자신도 병에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처음 코피를 흘리기 시작할 때부터 사연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고, 대본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알았다”고 말했다. 박성훈은 간경화로 아프고 힘들어하는 고래를 리얼하게 표현해내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고래가 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아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서 박성훈의 연기력이 폭발하면서 호평을 이끌었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밥도 잘 안 먹히더라고요.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살이 좀 빠졌던 것 같아요. 2~3kg 정도요. 피는 빨간색 물감에 요리당을 첨가하고, 검붉은 색을 위해서 커피를 갈아넣어서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각혈하는 신을 찍는데, 처음 찍어보니깐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머금은 거예요. 감정적으로 엄마와 주고 받는 신이어서 NG를 내면 감정이 깨져버릴 것 같아서 남은 것을 다 삼켜버렸어요. 하루 종일 불쾌하고 속이 안 좋더라고요.”
‘하나뿐인 내편’ 시청자들은 고래가 아픈 순간부터, 강수일이 간을 이식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너무 뻔하고, 억지스러운 전개라는 평이 이어졌다. 박성훈은 간 이식에 대해 “고래 가족과 수일과의 관계를 해소시킬 수 있는 키”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어쨌든 수일이 직접적으로 고래의 아버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일이는 잘못된 행동을 선택했고, 그를 구하려다가 고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잖아요. 사죄의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서 꼭 무리스러운 전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수일의 마음이 이해가 갔어요.”
또한 박성훈은 “KBS에서 하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간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조심하고, 잘 표현하고, 진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분들한테 상처가 될 수 있어서 희화화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나뿐인 내편’ 뿐만 아니라 ‘왜그래 풍상씨’, ‘비켜라 운명아’ 모두 간 이식을 소재로 삼은 것. 이에 ‘KBS 쓰리간’, ‘KBS 별주부전’ 등의 비꼬는 듯한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선배님과는 ‘조작’을 같이 한 인연이 있죠. 연기가 비교될까봐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같이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드렸어요. 마침 ‘왜그래 풍상씨’와 저희가 종방연 날이 겹쳤더라고요. 게다가 저희 옆옆 건물에서 종방연을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준상 선배님과 (전)혜빈이한테 인사하러 갔는데 자리가 마무리 됐다고 해서 못 만났어요. 아쉬웠죠.”
‘하나뿐인 내편’에서는 마지막회에서 꼬이고 얽혀 있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에필로그에서는 미란이와 장다야(윤진이)가 남편들을 옆에 두고 출산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박성훈은 나혜미한테 머리채가 뜯기며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차분하고 진지했던 고래의 코믹한 모습은 반전의 재미를 안겼다.
“저는 정말 괜찮았는데, 혜미는 그 신을 찍을 때도 그렇고, 집에 가면서까지도 계속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착해요. 제가 그 신을 찍기 바로 전날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마’를 봤어요. 만삭의 여성이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실려가고 출산을 하는 과정을 한 컷에 보여주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죽은 채로 출산을 해요. 엄마가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우는데, 그게 너무 진짜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촬영 전에 혜미한테도 영화 얘기를 했고, 단순히 코미디에 치우치지 말자고 했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를 주는 것이었지만, 가볍지만은 않았죠.”
박성훈은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인기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해줘서 가장 기쁘단다. 박성훈의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계신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이 KBS 주말드라마에 나오기를 바랐다. 박성훈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두 배의 기쁨을 안겨드리며, 최고의 효도를 했다. 장고래 못지않게 착한, 하나뿐인 효자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