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전 세계 영화제 25관왕. 영화 ‘벌새’는 상반기 가장 뜨거운 작품이다. 울다가도 웃고,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명제를 섬세한 일상과 시대의 공기를 담아 표현한 ‘벌새’.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 박지후는 14살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표현했다. 그 결과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극찬과 함께 제18회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초에 90번 날갯짓하는 벌새처럼 서툴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은희는 자신만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관계의 붕괴를 겪으며 1994년을 살아낸다.
2003년생, 올해 나이 17세. 박지후가 품어낸 ‘벌새’의 은희는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하다. 14살, 딱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성수대교 붕괴라는 참사를 마주한 이의 비통함을 온전히 이해하고 연기로 발산했다.
최근 TV리포트와 만난 박지후는 또래처럼 발랄하다가도, 어른스럽고, 동시에 당당했다.
■ 다음은 박지후와 나눈 얘기들
# 25관왕이다. 전 세계 영화제를 다니면서 들었던 평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 1994년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냐는 질문. 재밌었던 것은, 외국 관객들도 한국의 1994년을 이해한다는 점이었다. 영화를 통해 외국 관객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참 아름다운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 은희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은희의 쓸쓸함을 이해하기 위해 SNS도 잠시 끊었다. 원래 나는 수다쟁이거든.(웃음) 혼자 있으려고 노력했다.
김보라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은희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 감독님께서 참고해서 볼 만한 영화로 ‘로제타’, ‘렛미인’, 드라마는 ‘쌈마이웨이’를 추천해주셨다.
늘 마지막 테이크는 내가 해석한대로 연기했다. 그렇게 채택된 장면이 거실에서 방방 뛰는 장면이다. 시나리오에는 ‘오징어춤’이라고 설명돼 있었는데, 뻔뻔하게 몸부림을 쳤다.
# 성수대교 사고가 등장한다.
: 관련 뉴스, 영상을 찾아보고 주변 어른들께 여쭤봤다. 마음 아프고 무섭더라. 은희가 성수대교 소식을 접하고 언니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선 너무 과몰입해서 대사가 안 나올 정도였다. 친언니가 생각났다.
# 배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거리에서 ‘연기 배워보면 어떻겠냐’라고 제안받았다. 원래 꿈이 아나운서였는데, 연기는 방송 관련 일이기도 해서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에 출연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배우를 진로로 정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긴 건 ‘벌새’를 통해서다.
# 아나운서를 꿈꿨던 이유는?
: 초등학교 3학년 때 오프라 윈프리 책을 읽었는데 멋있었다. 내게도 영지(김새벽) 선생님 같은 존재가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내 아나운서 꿈을 응원해주셨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벌새’를 상영했는데,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정말 감사했다.
# 소속사가 BH엔터테인먼트다.
: 지난 5월 계약했다. ‘벌새’ 촬영 중에 한번 연락주셨고,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촬영 때 또 한번 연락 주셨다. 그 전에는 엄마와 둘이서 다녔거든. 엄마가 면허가 없어서 집인 대구에서 촬영장까지 대중교통 타고 왔다 갔다 했다. 소속사가 생기면서 엄마가 이제 고생 안 하셔도 되니까 좋다.
# 소속사 선배들과 만나 얘길 나눠본 적 있나
: 추자현 선배님 결혼식 때 정말 많은 분을 뵀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더 좋아하셨다.(웃음)
# ‘벌새’ 은희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 만화 학원 선생님이 됐을 것 같다. 영지 선생님이 조금은 뜬금없는 한문 학원 선생님인 것처럼. 은희도 영지 선생님처러 학생들과 동등한 시선에서 바라봐주고 귀기울여주는 선생님이 됐을 것 같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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