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나의 아저씨’에서 정희(오나라)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만큼 매력적이었고, 또 따뜻한 캐릭터였다. 5개월 동안 정희로 살았던 배우 오나라도 동의했다.
오나라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 제르베에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박해영 극본, 김원석 연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오나라는 캐릭터 정희가 아닌 배우 오나라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와 정희를 이야기할 때는 눈빛부터 반짝였다. 종영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의 아저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했다.
특히 오나라가 연기한 정희는 후계동을 이야기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 후계동 사람들이 즐겨 찾는 ‘정희네’를 운영하면서, 때로는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이지은)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정희네’라는 공간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다 얻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모이고, 희망을 품고 가기도 하고, 아픈 것도 치유 받았잖아요. 이런 공간의 주인이라니, 정말 좋았죠.”
오나라는 정희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알렸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수다를 떨면서 힐링하는 것도, 모두 오나라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희 캐릭터를 준비했을까. 오나라는 “준비를 크게 하지 않았다. 시놉시스 자체에 정희 이야기가 짧았지만 크게 다가오도록 적혀 있었다. 짙은 화장, 부풀린 머리, 큰 웃음 소리, 내면에 슬픔을 간직한, 정희가 딱 그려졌다”고 말했다.
정희는 겸덕(박해준)과 과거 연인이었다. 하지만 겸덕이 속세를 떠나 20년이 흐른 후에도 잊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 때문에 쓸쓸한 정희의 캐릭터는 더욱 부각되기도. 오나라가 아닌 정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사실 평범한 사람에게는 힘들 일이죠. 그렇지만 정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20년 세월을 기다린 것 말고, 나머지는 많이 공감되더라고요. ‘정희네’가 끝난 후에 느끼는 공허함과 쓸쓸함은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와 비슷했어요. 화려한 모습으로 많은 관객 앞에 있다가, 혼자 집으로 돌아갈 때 쓸쓸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런 부분은 정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에 대한 열병과 아픔은 충분히 여자이기 때문에 상상할수록 느껴지더라고요. 20대였으면 이해 못했겠지만, 나이를 좀 먹어서 정희를 이해하기가 조금은 쉬웠던 것 같아요.”
특히 오나라는 우먼센스 6월호를 통해 남자친구 김도훈과 20내 초반부터 만나 20년째 열애 중이라고 털어놔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했다. 오나라는 이렇게까지 관심 받을 줄 몰랐을 터. 그는 “1위한 것을 보고 ‘나의 아저씨’를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극중 겸덕과 정희의 20년 사랑을 저의 오래된 연인과 연결하셔서 생각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20년이 아니고 19년”이라며 수줍게 말했다.
정희 캐릭터에는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가 많이 투영되어 있었다고. 오나라도 ‘나의 아저씨’ 종방연에서 박해영 작가에게 듣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사실 박해영 작가님이 원하는 정희를 잘 표현했을지 궁금했어요. 그 말투가 맞는지, 술주정은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여쭤보고 싶었죠. 정희의 모습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가님도 술 마시고 문 앞에 앉아서 씻을지 말지 고민하고 ‘난 잘살고 있다’ ‘망가지지 않았다’ 등의 말을 하신대요. 너무나 영광이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생각한 뉘앙스와는 조금 달랐지만, 드라마에 맞게 잘 표현해줬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 나름대로 정희의 아픔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작가님도 만족스러워하셨다니 좋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오나라는 11회 중 정희가 영업을 끝내고, 술에 취해 빨래하다가 코피 흘리는 것을 꼽았다. 그는 “그 씬을 위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저한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술주정을 통해서 어쩜 이렇게 아픈 마음이 표현되나 싶었다. 고민 많이 하고 연기했다. 철저하게 정희가 되고 싶고, 그 아픔을 느끼고 싶었다. 다행히 잘 나온 것 같아 좋다”며 미소 지었다.
오나라는 “‘나의 아저씨’ 하면서 주변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 이상하게도 그런 힘이 있더라. 시야도 넓어졌다. 저를 성숙하게 해준 작품이었다”면서 마지막까지 ‘나의 아저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오나라 SNS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