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영화계 블랙리스트, 공공연한 사실이었죠.”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으로 12년 만에 칸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중앙대 영화과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12년 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윤종빈 감독은, 이번엔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칸을 방문했다.
‘공작’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고(故) 김대중 당시 대선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흑금성(본명 박채서 씨)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흑금성(황정민)과 그를 이용해 외화벌이를 하려는 북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을 중심으로 이념을 넘어선 인간적 공감대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기획 단계부터 걱정이 컸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된 ‘공작’의 원래 제목은 ‘흑금성’. 제목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제로 사용했던 ‘공작’이 지금의 제목이 됐다.
“영화계 블랙리스트는 공공연하게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원래 제목은 ‘흑금성’이었는데 괜히 알려졌다 불이익이 들어올까 싶어 가제인 ‘공작’으로 썼죠. 실제 불이익이 들어오진 않긴 했지만요. 쓰다 보니 ‘공작’이 괜찮은 것 같아 제목으로 정하게 됐죠.”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스파이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자 했단다. 군인 출신인 흑금성은 본능적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하려 하지만 현실은 안갯속과 같다. 아군이 적이 되고, 적이 아군이 되는 스파이의 삶은 고독 그 자체.
“결국 ‘공작’이 가고자 하는 이야기는 스파이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예요. 정체성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죠. 적이라 믿었던 사람이 아군이었고, 아군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적이었던 거죠. 실제 박채서 선생님을 만났을 때 눈빛에 놀랐어요. 얼핏 보면 평범한 아저씨인데 엄청난 포커페이스예요. 얼굴에 감정이 잘 안 드러나요. 오랜 기간 국익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고, 협상하는 공작원의 삶이 남긴 흔적이겠죠.”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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