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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턱디스크 수술로 발음 새, 단점 들키기 싫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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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신나라 기자] 베이비복스로 화려한 20대를 보낸 이희진이 32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7년만에 대박 작품을 만났다.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배우 이희진으로 재조명 받은 그. 연기에 물이 올랐다.

이희진은 최근 진행된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만의 연기 집념을 내보였다.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세심한 성격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묻어났다.

Q : 배우로서 이제 자리잡은 것 같다

무슨 소리. 아직 멀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야 하지 않느냐. 아직 자신감이 안 붙었다.

Q : ‘품위있는 그녀’를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제가 말하는 게 세다. 악관절로 턱 디스크 수술을 해 발음이 샌다. 대사 전달이 안 될까봐 말을 씹어서 논리 정연하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선배 연기자들을 봤더니 힘을 풀고 연기하더라. 저는 제 단점을 의식해서 굉장히 세게만 말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신에서는 연기를 하고 온 느낌이 아니었다. ‘아 내가 힘이 많이 들어갔구나’라는 걸 느꼈다. 예전엔 ‘연기를 합니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안 했을 때 칭찬받는 걸 보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Q : 치열하게 고민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모자란 부분 들키기 싫어 연기할 때 꾸며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 처음에 시작했을 때가 가장 깨끗한 건데 어느 순간에 대사만 인지해서 슛을 들어가는 제 모습을 느끼고 나서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따라가지 못하는 걸 보니 때가 묻었더라.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는데 퇴색이 되더니 아예 까매진 기분이다. 자꾸 머리를 굴리면서 연기하는 걸 느꼈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모면하는 순간들도 생겼다. 연기는 할머니가 되어도 모를 것 같다.

Q :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두려움은 없었나, 어쩌면 베이비복스로 쌓아놓은 명성까지 무너질 수도 있는데

제가 연기를 모른다는 것만 겁이 나고 시작하는 것엔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뮤지컬 공연을 해봤어서 배우는 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더 힘들다.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몰라요’ ‘가르쳐주세요’라는 자세로 임했다. 

Q : 아이돌 색안경은 없었나?

당연히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저더러 ‘낙하산이네’ ‘쟨 너무 세잖아 안 돼”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들도 저를 연기자라는 봐주시진 않았다. 제가 막상 고개 숙이고 ‘가르쳐주세요’라고 했을 때, 또 아니라고 했을 때 두 배 세 배 열심히 했다. 나중에 작품이 끝날 때는 ‘색안경 끼고 봤었다’며 미안해하시기도 했다. 어딜 가든 상황에 맞게끔 진심만 보여주면 되는 거 같다.

Q : 이제 누군가의 엄마를 연기해야 할 때도 온다. 마음의 준비는 돼 있나

생활연기를 해야 하면 한 살 이라도 빨리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매니저가 ‘애 둘이고, 누나 나이대랑 비슷한 역할이다’라고 가져온 대본이  ‘품위있는 그녀’였다.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선택했다. 사실적인 대사나 환경이 끌렸다. 이런 내용이 드라마로 나올 수 있을까 읽으면서 속도 후련했지만  너무 위험하면서도 쇼킹한 내용에 이끌렸다. 무엇보다 엄마 역할을 세련된 효주를 만나 시작할 수 있어 기뻤다.

Q: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나

강부자 선생님의 공연을 봤는데 그것만큼 노련함과 인생이 보이는 게 100%인 연기는 없었다. 내가 정말 대사를 외울 수 있고 에너지만 남아 있으면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다. 한방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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