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충무로 최고의 테크니션.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매 작품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렵디 어려운 일을 보란 듯이 해내는 이가 있다. 김용화 감독 얘기다.
한국영화 최초로 시속 100km 특수장비를 도입한 영화 ‘국가대표’, 특수분장으로 김아중을 100kg 거구로 변신시킨 ‘미녀는 괴로워’, 할리우드 못지않은 CG로 야구하는 고릴라를 탄생시킨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은 타고난 스토리텔링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에 깊은 관심을 보여오며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저변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미스터 고’의 흥행 실패로 모두가 손가락질하던 순간에도 그의 영화적 상상력은 가물지 않았다. 역대급 속도로 7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신과함께-죄와 벌’은 그의 노력과 타고난 장기가 집대성된 값진 결과물이다.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지옥의 풍광을 스크린에 풀어낸 상상력, 눈이 휘둥그레지는 압도적 퀄리티의 특수효과, 마음과 가슴을 울리는 엔딩, 방대한 양의 원작 웹툰을 상업영화 장르 안에 녹여낸 영화적 감각까지. ‘신과함께-죄와 벌’은 김용화였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다.
■ 다음은 김용화 감독과 일문일답
– 영화 개봉 전까진 부정적 여론이 더 컸다.
본편을 보면 우려가 부식될 것이란 자신감은 있었다. 모니터 시사 반응도 굉장히 좋았거든.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걱정이 아예 안 됐던 건 아니다. 예고편으로 일부러 기대치를 낮춘 것 아니냔 얘기도 들리던데 의도한 건 전혀 아니다.(웃음)
– ‘신과함께’는 감독이 두 번 교체됐다. 선뜻 연출을 맡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면.
앞서 ‘신과함께’를 준비했던 감독님들은 나와 방향이 달랐다. 원작 웹툰을 읽는데 내가 평소 가슴에 담아뒀던 감정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엄청난 위로였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머님께 전화 한통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사실 난 무신론자거든. 하지만 웹툰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만, 한 번쯤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
– 영화화를 결심하며 시각효과와 가족적인 정서 가운데 어떤 부분에 방점을 찍고 싶었나.
시각효과는 반드시 부각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CG 때문에 영화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곤 생각 안 했다. 훌륭한 CG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영화를 바랐다. 의도대로 이뤄진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 원작보다 지옥에 대한 묘사가 풍성해졌다. 단테의 ‘신곡’이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신곡’은 많은 부분 참고한 작품이다. 원작은 만화다 보니 관용도가 있다. 영화는 얄짤없다. 약간의 이물감만 개입돼도 몰입이 떨어진다. 지옥 묘사에 있어서는 풍자, 해학보다는 리얼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 캐스팅과 연기 디렉션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익숙한 한국 배우가 판타지물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관객에 따라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신뢰도가 높은 배우’가 캐스팅 절대 명제였다. 그래야 관객들도 낯선 장르를 친숙하게 느낄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도 고맙지. 그린매트가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그 상황 자체를 믿고 연기해줐다. 배우들의 태도가 작품의 원성도를 높여줬다.
– 여수정, 김동욱에 대한 찬사가 뜨겁다.
여수정 선생님의 연기는 정말이지 찬탄을 하며 지켜봤다. 촬영장에서도 몰입을 위해 일부러 말을 안 하셨다. 후반 2~30분의 연기는 정말 엄청났다.
김동욱이는 과소평가받고 있는 사람이다.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 친구다. 사회성이 좀 부족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웃음)
– 2편에서는 김동욱과 마동석의 분량이 많다고.
마동석이 이번에 인생 연기합니다. 앞에서는 제대로 웃겨주고 마지막 한방이 굉장하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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