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3년 만의 드라마,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아침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2 일일 드라마 ‘차달래 부인의 사랑’. 지난 6개월 동안 오달숙으로 살았던 안선영의 기분은 남달랐다. 엄마가 된 이후의 첫 연기인지라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소중하고 행복했단다.
TV리포트는 ‘차달래 부인의 사랑’ 촬영을 막 끝낸 안선영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드라마 촬영을 하며 찌운 살을 그새 쏙 뺀 안선영의 첫인상은 영락없이 우아한 ‘여배우의 자태’이지만, 입을 열자 털털한 아줌마의 수다를 쏟아낸다.
‘차달래 부인의 사랑’은 평균 이상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세 여자가 갑자기 찾아온 중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두근두근 달콤’ 이후 7년 만에 부활하는 2TV 아침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다. 안선영은 푼수기 넘치는 거친 입담을 가졌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줌마 오달숙 역을 맡아 하희라, 고은미와 걸크러시 케미스트리를 표출했다.
종영 소감을 묻자, “달숙이와 헤어져야 하는데,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실연당한 것처럼 우울하다”면서 드라마와 오달숙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안선영. 그녀는 “(남편과) 결혼하고 6년 동안 사니 실연당한 기분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며 “하루에도 스케줄을 촘촘하게 소화하는 편인데, 드라마 끝난 뒤론 그냥 멍하니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달래 부인의 사랑’은 안선영이 그간 해온 드라마와 상황부터 매우 많이 달랐다. 금지옥엽 아들(서바로 군)을 어린이집에 보냈고, 어린이집에서 아들의 적응을 신경 쓰며 연기에 몰입해야 했다. 안선영은 “바로가 처음엔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못하고 울고 악을 썼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애를 울게 하지’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며 “그래도 아이들은 강하더라. 일주일이 지나니 괜찮아졌고, 말도 많이 늘고 부쩍 성장했다”고 말했다.
안선영은 ‘차달래 부인의 사랑’을 통해 아들의 몰랐던 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바로 군이 ‘차달래 부인의 사랑’ 마지막 회에 달숙의 늦둥이 아들 역으로 깜짝 등장한 것. 안선영은 “촬영장도 낯설고, 엄마도 없는데 전혀 울지 않고 연기를 소화하더라. 신기했다”면서 ‘엄마 미소’를 지었다.
또한 연기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게 된 값진 6개월이었다. 안선영은 “예전엔 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면, 이번엔 정말 즐거웠다. 집에서 벗어나서 삼시세끼 얻어먹는 일도 좋았고, 사람들과 연락하며 알토란 같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달숙이란 캐릭터가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며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인다.
‘차달래 부인의 사랑’을 통해 안선영은 언니 하희라, 친구 고은미, 두 딸 김세희 김지인을 얻기도 했다. 남편 역으로 나온 김형범과는 부부 동반 모임까지도 만들어졌다고. 안선영은 특히 김형범과의 부부 호흡을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 이후 최고의 호흡이라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딸 역의 배우들을 지도하는 김형범을 보며 배우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배우, 개그우먼, 방송인,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작가, 다이어터, 줌바 강사, 장애인재단 홍보대사 등. 안선영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수식어가 존재할까.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지난해 연말엔 ‘러브바자’까지 여느라 잠잘 시간도 포기했다. 이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줌바, 가정과 육아도 병행했다. 이 모든 걸 소화하는 안선영의 정신력, 체력이 놀라울 따름.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안선영은 “바자회를 하고 나면 꼭 병이 난다. 그럴 때마다 이걸 내가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나는 내가 스타성이 있는 연예인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움직인 만큼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사회에 환원해야 나한테 돌아올 거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 하면 기분이 찝찝하다”라고 답했다.
특히 러브바자를 하면 얻는 장점도 있다. “결혼식, 장례식 등 큰일을 치르면 주위 사람들이 정리된다고 하지 않나. 바자회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과 내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저 필요해서 접근하는 사람이 나뉘더라. 정말 고마운 사람은 더 고마워지고, 애매한 사람은 확실히 애매해진다. 내겐 일종의 정화의식이다.”
인터뷰는 짧았지만, 안선영에 대해 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안선영은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현실적으로 자신을 직시했다. “어떤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는 질문에 그녀는 “나의 자식이 존경스러워하는 엄마, 후세에 창피하지 않은 어른, 후배들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확고히 답했다.
“제겐 경쟁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죠. 뭐든지 개그우먼 출신으로 처음이었거든요. 후배들이 제게 ‘선배처럼 연기도 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어요’라고 할 때마다 내가 더 살아남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죠. 하지만 늘 고비에 부딪혔어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이야기로 꿈이 좌절된 적도 셀 수 없어요.”
그럴 때마다 안선영을 버티게 한 건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믿음이었다. 앞으로 30년 버티기가 목표라는 안선영. 30년 후 그녀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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