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이석준은 ‘차세대 뮤지컬 스타’ ‘대학로 황태자’ ‘대학로 블루칩’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뮤지컬계의 기대주로 인정받고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무수한 수식어 가운데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제일 듣고 싶다”고 전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이 불가능한 걸 알고 있지만, 배우로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욕심이 있다는 것. “‘이석준’ 이름 석 자로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석준이 연기하는 존 파우스트는 블랙(X-BLACK)의 유혹에 빠져 타락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경험한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요즘 레고에 빠져있다!!”면서 블랙도 당황할 천진난만 에너지를 발산했다.
“취미를 뭐로 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우연히 백화점에서 레고 매장을 보게 됐다. 무심코 들어가 보니 거기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해리포터’ 레고가 있었다.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후회할 뻔했는데, 집에서 레고를 펼친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조립하는 동안 오로지 레고에만 집중해서 다른 생각이 안 들어 너무 좋았다. 그 후로 레고의 유혹에 빠져서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이어진 질문에서는 블랙이 유혹을 포기할만한 순수함을 드러냈다. 블랙이 존을 인도한 ‘발푸르기스’는 욕망과 쾌락이 가득한 공간. 이석준은 “나에게 ‘발푸르기스’ 같은 공간은 바로 공연장!!!”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무대에 설 때가 제일 행복하다. 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심지어 지금 같은 시국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소원을 담아 나의 발푸르기스는 공연장이다!”
이석준은 ‘더데빌’ 넘버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블랙의 ‘X’를 꼽았다. 그러면서 “내 노래는 아니지만 제일 많이 따라부른다”고 밝힌 그는 “노래가 너무 좋고 중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너무 멋있다. 존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장면도 멋지고, 극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 장면이다. ‘빛이란 무언가, 늘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저 하늘 빛깔은 누가 정하나’ 이런 메시지가 너무 좋다. 이렇게 보니 ‘존이 듣고 싶은 말들을 해줘서 좋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더데빌’의 커튼콜에서 이석준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배들 사이에서 꽃미소를 날리며 사랑둥이, 애교둥이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 집에서 맏이라는 그는 “내가 뭘 잘한다기보다 함께하는 선배님 모두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 예뻐해 주시는 것 같다. 너무 좋고 배우고 싶은 선배님들이라 더 따르게 되고, 많이 배우고 있어서 진짜 행복하다. 그래서 좀 더 매달려서 ‘가르쳐주세요~’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예쁜 마음을 드러냈다.
함께 하는 화이트(X-WHITE·박민성-고훈정-백형훈-조환지), 블랙(X-BLACK·김찬호-박규원-장지후)과의 케미도 야무지게 자랑했다.
“(박)민성 형님은 전에 함께한 ‘멸화군’ 리딩 때 합이 있어서 정말 푸근히 기대서 할 수 있다. (고)훈정 형님과는 공연을 몇 번밖에 못 한다. 그래서 매회 너무 아쉽고 소중하다. (백)형훈 형님은 ‘MZ세대를 뭐라고 부르냐’를 두고 서로 ‘엠지’ ‘엠제트’가 맞다 아니다 하면서 토론하는 엠지엠제트 페어다. (조)환지 형은 제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다.
(김)찬호 형님은 이전 공연 ‘미드나잇’에서 비지터라는 역할을 함께해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봬서 너무 행복하다. (박)규원 형님은 노래도 알려주시고, 제 얘기도 잘 들어 주시고 저의 선생님 같으시다. (장)지후 형님은 너무 듬직하시고 항상 저를 재밌게 해주신다.”
이석준은 자신의 무대를 “100점 만점에 55점”이라고 셀프 평가했다. “항상 너무나 부족해서 제가 제 입으로 평가하기는 힘든 것 같다”면서도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발걸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드리려고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좀 더 표출해 볼 걸, 섬세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내가 점점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55점을 주고 싶다. 나머지는 관객분들께서 생각해 주시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다음 시즌에서 다른 역할을 맡아볼 수 있다면 이석준은 “블랙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엄청 괴롭힘 당해 봤으니까 그대로 다른 존 역할 배우분에게 돌려드리고 싶다”는 이유였다. “장난 반 진담 반”이라며 미소 지은 그는 “’X’ 넘버를 무대에서 꼭 불러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커튼콜 스페셜 무대를 위한 ‘가위바위보’의 높은 승률에 대해 그는 “오 그건 그냥 합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드리면서 한다. 사실 너무 재미있다. 떨리고 설렌다. 분명한 건 가위바위보는 운!!!”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석준은 뮤지컬 ‘그리스’ ‘쓰릴미’ ‘미드나잇’ ‘풍월주’ 등 검증된 인기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아직까지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든 경험이 없다는 것. 그는 “초연 작품은 꼭 해보고 싶다. 내가 그 인물의 시작이 되는 거니까, 그것을 무대에서 잘 표현해내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해맑은 청년 로맨스물의 행복한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더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롤모델로 조승우를 꼽았던 이석준은 뮤지컬은 물론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매체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는 그는 “요즘 OTT가 많이 유행하다 보니 나도 엄청나게 보고 있다. 볼 때마다 무대에서 구현하기 힘든 부분을 CG 등의 기술로 장면을 보여줄 때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석준은 “뮤지컬 ‘더데빌’은 여러분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고민하신다면 주저 없이 보러 오시는 걸 추천드린다”면서 “모든 건 관객분들의 선택이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석준이 출연하는 뮤지컬 ‘더데빌’은 오는 27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DB, 알앤디웍스, 제이플로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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