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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누가 최민식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 최현욱이 해냈다.
본능으로 밀어붙이던 배우가 계산까지 익혔다. 야생동물 같은 날것의 에너지로 화면을 장악하던 최현욱이 이제 경험과 디테일까지 더했다. 이전보다 성숙하게, 이전만큼 엉뚱하게, 대체 불가능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와 만났다.
최현욱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학생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극 중 최현욱은 허문오를 뒤흔드는 의문의 대학생 이강 역을 맡아 최민식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다. 투박하면서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와 섬세한 표현력을 증명해 냈다.
작품 공개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현욱은 “지난해 여름에 촬영을 마치고 거의 1년 만에 공개됐다. 너무 기다렸던 작품이라 떨리고 설렜는데 막상 공개되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 컸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여러 시선으로 해석해 주시는 걸 보면서 재밌고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맨 끝줄 소년’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허문오를 끝내 무너뜨리는 이강이라는 인물이다. 대사 너머 눈빛과 분위기로 상대를 압도하는 캐릭터를 완성한 최현욱은 설명하기보다 느끼게 만드는 연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표현을 작위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이강이라는 사람 자체가 의문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눈빛이나 작은 행동들로 표현하려고 했다. 묘한 기운을 가진 인물인 만큼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따라가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작품과는 접근 방식도 달랐다. 자유롭게 에너지를 분출했던 이전 캐릭터와 달리 이번에는 감각적 연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계산하며 쌓아갔다.
최현욱은 “‘약한영웅’의 수호는 자유분방함을 정의하지 않으려고 했다.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행동 하나하나를 절제하려고 했다. 자세부터 걸음걸이, 뛰는 모습,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까지 촬영 전부터 세세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맨 끝줄 소년’은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극 안에는 허문오 앞에 나타나는 현실의 이강과 허문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이강이 공존한다. 최현욱은 이 두 얼굴의 차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그는 “문오와 개인 레슨을 하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는 조금 더 친근한 얼굴로 다가가려고 했다. 반대로 마지막에는 앞선 모습과 대비될 수 있도록 행동이나 말투에도 차이를 두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을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로 해석하지도 않았다. 최현욱은 “강이가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 보육원 원장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다정한 면도 있다. 허문오라는 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해석을 전했다.
허문오를 향한 이강의 감정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허문오는 이강에게 과거의 트라우마이자 원동력이었다. 부모 없이 자란 아이가 처음으로 진심을 고백했던 어른에게 받은 상처였기 때문에 훨씬 크게 남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허문오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면 복수를 멈췄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최현욱은 “결과는 똑같았을 것 같다. 설령 달라진 모습이 보였더라도 이미 복수는 절정까지 와 있었기 때문에 끝을 봐야 했다. 강이가 원했던 건 허문오의 몰락이었다. 잠깐 달라진 모습 때문에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내레이션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특별한가요’라는 마지막 대사는 결국 이강이 허문오에게 가르침을 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현욱은 또 어떤 색을 보여줄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 최현욱은 “작품 선택 기준은 여전히 그대로다. 재미가 있으면 해왔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책(대본)을 읽고 싶다. ‘맨 끝줄 소년’과 다른 결도 해보고 싶고, 앞으로 도전해 볼 역할이 더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앞서 배우 김태리와 함께했던 예능 ‘방과후 태리쌤’도 언급됐다. 최현욱은 “작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순수한 친구들한테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살아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표현을 닫고 사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데, 아이들은 정말 자기들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또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예능의 인기와 함께 화제가 됐던 이른바, ‘수세미 장면’에 관한 코멘트도 더해졌다. 당시 최현욱은 일명 ‘감자쌤’으로 불리며 문경의 한 이발소에서 고무장갑을 낀 미용사에 의해 수세미로 머리가 감겨졌다. 이 장면은 ‘감자 씻기는 장면’ 등으로 온라인상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최현욱은 “그렇게 감겨주신 것이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상에서 밈으로 도는 것도 사실 너무 기쁘다. 웃음을 드릴 수 있어서 좋다”며 멋쩍게 웃어 보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근 ‘맨 끝줄 소년’ 홍보를 위해 출연한 웹예능 ‘핑계고’를 비롯해, 이날의 인터뷰까지. 최현욱은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던 이전보다 더 차분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보니 에너지 분배가 이전과 다른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더 한정적으로 내 사람에게만 쏟고 싶은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내성적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요즘은 스스로 질문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렇다”고 설명했다.
최현욱은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책임감도 함께 커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에 더 가깝다. 아마 모든 배우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며 “더 오래 연기하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연기와 감정선, 표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요가를 시작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최현욱은 “요가가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는 템포가 빠른 운동보다 오히려 더 잘 맞는 것 같다”며 “어디서 들었는데 요가가 정서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직접 해보니 끝나고 명상하는 시간이 특히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배운 지는 이제 2주 정도 됐고, 어제도 다녀왔다. 아직 3회차밖에 안 됐지만 다리도 찢게 되고 몸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명상을 하다 울기도 한다는데, 나는 아직 울어본 적은 없다”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다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현욱의 또 다른 연기와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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