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에서 실종된, ‘탈세’ 판빙빙 [리폿@이슈]

[TV리포트=박설이 기자]중국을 대표하던 배우 판빙빙,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은 중국풍의 화려한 드레스로 이목을 끌더니 어느 순간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중국 톱배우 자리에 올라 있었다. 2017년에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자리까지 올랐다.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 판빙빙의 이 같은 레드카펫 마케팅. 이후 무명의 중국 배우들이 판빙빙의 전철을 걷기 위해 해외 시상식 레드카펫을 이용했다. 판빙빙이 만들어낸 ‘유명해지는 법’이었다.

유명해지기 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판빙빙의 레드카펫은 늘 화제였다. 해외 영화제에 간 판빙빙의 모습은 늘 중국 현지 매체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판빙빙의 레드카펫 사진은 중국 매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늘 그랬듯 판빙빙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화려한 레드카펫 드레스를 연달아 선보였다.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연상하게 하는 드레스로 시작해 가녀린 어깨와 늘씬한 다리를 드러낸 과감한 레드 드레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려함의 극치인 씨스루 골드 드레스까지. 예전이라면 작품을 들고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은 판빙빙의 소식은 연일 시나연예 등 중국 현지 유명 매체에 타전됐겠지만, 탈세를 저지른 판빙빙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허락되지 않았다.

판빙빙은 지난 2018년 5월 탈세 정황이 드러난 이후 실종설, 도미설, 사망설 등에 시달렸다. 뿐만 아니다. 출연했던 드라마의 방영은 취소됐고, 찍으려던 영화는 제작이 중단됐으며, 찍어놓은 영화에서는 분량이 삭제됐다. 광고도 모두 끊겼다. 1000억 원이 넘는 벌금과 추징금을 내느라 집도 팔고, 갖고 있던 명품도 중고 시장에 내놨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실종설과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판빙빙은 여전히 중국에서 배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하는 대신 중국 현지에서 뷰티 브랜드를 론칭,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절친한 영화감독과 미팅도 하고 브랜드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중국에서의 배우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판빙빙은 다른 나라로 등을 돌렸다. 한국, 일본, 동남아 등의 패션지 화보에 등장했고,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중국 밖에서 채웠다. 지난해 JTBC 드라마 ‘인사이더’에 카메오로 출연했으며, 배우 이주영과 홍콩 감독의 영화 ‘그린 나이트’에서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고, 판빙빙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 영화 ‘로스트 인 베이징’ 이후 10년 만의 베를린 행이었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그린 나이트’ 기자간담회에서 판빙빙은 5년 만의 영화 복귀에 대해 “5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5년 간 작품을 찍지 않는다는 건 배우에게 매우 가혹한 일이다. 연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캐릭터를 깊이 탐구하고, 시도하기에 그 기회를 매우 귀하게 생각한다. 어떤 순간보다도 소중하다”라고 복귀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26일,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레드카펫을 밟았다. 자국 배우의 해외 영화제 진출을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떠들썩하게 보도하던 중국은 판빙빙의 베를린 일정에 침묵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판빙빙 계정, TV리포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