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일본 방송의 우경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일본의 톱배우 사토 코이치(佐藤浩市,56)가 일본 드라마에 대한 우경화에 우려를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3월 30일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셔널리즘에 호소하는 드라마밖에 더이상 길은 없는 것일까? 농담이지만, 그런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TV 드라마는 방향성을 크게 잃고 있다”며 일본 드라마의 우경화를 우려했다.
그는 “TV 드라마는 일찍이 영화와 같은 이데올로기성을 가진 편향된 방송이 방송될 여지가 있었다. 그게 언제부터인가 어느곳에서도 항의를 받지 않는 안전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서 “시청자들의 폭이 넓은 만큼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장에서 자주 규제를 하여 표현의 자유를 포기해버리면 스스로 목을 죌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사토는 일본 드라마가 ‘편향성’을 이유로 자기검열에 빠져 있으며, 결국 내셔널리즘, 즉 민족주의를 조장하는 내용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위기감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최근 정부나 사회를 비판하는 방송이 ‘편향성’ 비판을 받은 뒤 잇따라 폐지되고, 자국에 대한 자화자찬을 주제로 한 방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사토는 드라마의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보다 ‘국가’를 중요시하는 내셔널리즘에 빠져 결국 전쟁으로 치달은 역사가 있는 일본인 만큼,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사토처럼 이러한 우경화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본 방송의 우경화 경향이 현저한 지금, 드라마마저 변질되어버리는 것일까? 사토의 발언은 일본 사회에 하나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꼽히는 사토 코이치는 타마 예술학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0년, NHK드라마 ‘속·속 사건 – 달의 경치’로 데뷔했다. 다음해 드라마 ‘청춘의 문’으로 주목받아 블루리본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와 TV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했고, 1994년에 ‘추신구라 외전 – 요츠야 괴담’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도 ‘터미널’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톱클래스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JP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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