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17일 밤, 도쿄돔 콘서트 장에는 이례적으로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꽉 채웠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제이팝 공연에 이 같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반주의 콘서트는 처음이라고.
이날 도쿄돔 콘서트의 주인공은 일본의 인기 듀오 킨키키즈(Kinki Kids). 데뷔 20주년 콘서트였다.
이날 콘서트장 분위기는 여느 가수들의 공연 모습과 달랐다. 우선 서서 관람하는 것이 일체 허용이 안 됐다. 관객들은 모두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즐겨야 했다. 뿐만 아니다.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가져온 형광등, 부채의 사용도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은 없었다.
스포츠호지 등 복수의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킨키키즈 멤버 도모토 츠요시는 왼쪽 귀에 면과 귀마개를 하고 헤드폰을 쓴 채 노래를 불렀다. 최대한 왼쪽 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필사의 조치였다.
지난 6월 말, 도모코 츠요시의 왼쪽 귀에 이상이 생겼다. 병명은 돌발성 난청. 즉시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예상보다 병세가 심각했고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작은 울림에도 왼쪽 귀가 금방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울림에 통증이 동반된다고.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가 이들의 공연을 담당하게 된 것도 바로 이 같은 연유에서였다. 일반 밴드의 경우 앰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 오케스트라로 울림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던 5만 7천여 명의 관객들은 당연한 듯 조용히 앉아서 이들 의 노래를 들었다. 평소 같으면 소리를 지르고 환호하며 함께 공연을 즐겼어야 했지만 그 환호성조차도 도모토 츠요시에게 고통이 될 것을 알기에 반응을 자제했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감동을 자아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모토 츠요시 또한 온전치 못한 몸으로 오로지 오른쪽 귀만을 의지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멤버 도모토 고이치와 함께 지난 20년간의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Overture’, ‘Anniversary’, ‘Next to you’ 등 모두 오케스트라 반주였다. 특히 츠요시가 솔로로 ‘사랑의 십자가- Promise 2U’를 불렀을 때는 공연 중 가장 길고도 큰 박수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
도모토 츠요시는 공연 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기를 두드리거나 춤추며 노래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힘들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어떻게 하든 20회 째의 돔 무대만은 서고 싶었다”고 밝혔고, 그 바람을 17일 이뤘다.
그는 “예전보다 박수가 크게 들린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들에게는 멋진 곡들이 점점 늘어났고 곡의 아름다움도 새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킨키키즈는 이번 공연으로 자신들의 돔 최다 연속 공연 횟수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누적 동원한 관객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오는 1월 1일에는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같은 형태로 공연을 펼친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킨키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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