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현역 그라비아 아이돌이 일본에서 미투(#MeToo) 폭로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22일 위드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20대 그라비아 아이돌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도쿄의 한 연예기획사에 속해있다는 이 여성은 DVD와 팬미팅,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원래 꿈은 여배우라고.
그는 “연예계의 성희롱은 정말 심하다. 특히 그라비아 아이돌이 더 그렇다. 수영복 차림 등 확실히 여성을 매도하는 측면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그라비아 아이돌 중에는 배우와 가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다. 노출 심한 의상을 좋아해서 입는 건 아니다. 결코 모두가 ‘야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베개 영업’과 성희롱 발언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그는 “마치 호스티스 같은 취급을 한다. 그라비아 아이돌이라고 한들 야한 것이면 뭐든 좋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상대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고, 이를 따르는 여성이 그 자리까지 간 거라고 생각한다”며 “슬프다. 이런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연예계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성희롱을 하는 남자가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계 블랙리스트도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성희롱이 심각한 유명 코미디언의 경우 그와의 회식자리에 여성 연예인은 반드시 매니저를 동반해야 한다는 불문율까지 있을 정도라고. 그렇다고 매니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코미디언에게 반발했다가는 여자 연예인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라비아 아이돌은 “연예계 거물이 가진 캐스팅 권한 등에 비해 못 나가는 연예인의 입장은 정말 약하다. 아무래도 일을 하기를 원하는 아이들은 싫은 일도 참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듯 성희롱이 이뤄지고, 연예계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며 자신 역시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사실 일본에서는 2015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성폭력 폭로가 있었다. 기자 지망생이었던 여성 이토 시오리가 TBS 고위 간부인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되레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토 시오리가 권력자인 간부를 유혹했을 것이라는 괴상한 논리로 대중이 그를 공격했다. 이토 시오리는 지금도 자신의 사례를 성토하며 공감과 변화를 호소하고 있다.
매체는 미투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연예계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일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일본 연예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 팬과 시청자들 역시 ‘성희롱이 어느 정도 허용돼도 된다’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이토 시오리, ‘SBS스페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