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이웃집 찰스 최초로 ‘수단 가족’이 출연했다.
20일 KBS 1TV ‘이웃집 찰스’에서는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일구고 있는 수단 출신 타하니 가족의 사연이 소개됐다. 수단은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나라로, 이집트 바로 밑에 있다.
주한 쿠웨이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언니 제안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타하니. 남편 니자르도 타하니를 따라 한국행을 결심했다.
니자르는 “타하니가 한국에 왔을 때 우리는 이미 약혼한 사이였다”며 “타하니는 나에게 같이 살 거면 한국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매우 기쁘게 한국에 왔다. 타하니는 내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라고 사랑꾼 면모를 뽐냈다.
타하니 가족은 13년 동안 보광동에서 살다가 5개월 전 신림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신림동이 니자르 직장과 가깝기 때문. 니자르의 출근 이후 세 남매의 전쟁 같은 등교를 마친 타하니는 동네 놀이터를 찾아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신림동으로 이사 온 뒤 틈틈이 놀이터 청소를 하고 있다고.
타하니는 “봉사를 통해 이웃 주민들한테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를 마친 타하니는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센터 3층의 작은 도서관을 찾은 타하니는 책을 좋아하는 세 남매를 위해 도서관 회원 카드를 만들었다. 한참동안 어떤 책이 있는지 살펴보던 타하니는 “라파, 조셉, 아흐마드하고 함께 올 것”이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서관을 나온 타하니의 다음 행선지는 중고 가게. 타하니는 “아이들 옷, 신발을 중고 가게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고 물품 기부는 이사 오기 전부터 해왔던 타하니의 오랜 습관이라고. 신림동에서 와서도 기부할 곳부터 먼저 찾았다고 한다.
중고 가게에 아이들 물건을 기부한 타하니는 집 근처 카페를 찾았다. 타하니는 카페로 들어오는 누군가를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바로 아흐마드의 같은 반 친구인 사랑이 엄마 민경 씨.
타하니는 “(아흐마드가) 아직 한국인 친구가 없다”며 “한국인 친구가 같이 걷지 않고 그냥 옆을 지나가버리면 자신한테서 도망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말이다”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타하니의 말을 들은 민경 씨는 “사랑이도 엄청 수줍음이 많았다. 그래서 놀이터를 매일 가기 시작했다”며 “매일 매일 가다 보니까 조금씩 아는 얼굴들이 생기고, 지금은 그 친구들이 다 학교에 다니니까 자연스럽게 ‘엄마, 나 학교 가는 게 조금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얘기하더라”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어 “타하니가 우리나라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되게 힘이 될 때가 있지 않느냐”고 타하니를 위로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KBS 1TV ‘이웃집 찰스’ 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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