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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단 두 곳’ 투표용지에 숨겨진 기술 경쟁 벌이는 기업 어디냐면요

이효경 기자 조회수  

I 한솔제지·무림페이퍼

I 4.10 총선 앞두고 대결

I 돈 안 되지만 상징성 있어

[TV리포트=이효경 기자]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제지업계가 ‘총선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용지 분야의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한솔제지와 무림이 선거공보물과 투표용지 공급을 놓고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주목된다.

15일 제지업계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쓰일 종이는 약 8,000t으로 추정된다고 확인됐다. 선거공보물 인쇄용지가 작게는 7,000t에서, 많게는 7,500t으로 예상되며 투표용지에는 500t에서 600t 정도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 쓰일 제지의 시장 규모는 120억에서 130억 사이로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 자리에 직접 쓰인다는 점에서 각 사의 기술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판단된다.

선거에 쓰이는 투표용지는 일반 종이와 다르게 특수 코팅지로 제작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하는 종이의 무게와 두께, 매끄러운 정도와 끊어지는 정도, 인주 흡수 속도, 종이가 접힌 뒤 원상태로 회복하는 정도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투표용지로 쓰일 수 없는 것이다.

투표용지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번 투표용지 경쟁이 각 사의 기술력 집약체라고 불리는 것이다. 한솔제지의 투표용지는 인주가 빠르게 건조하는 특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용지의 특성상 인주가 빠르게 마르지 않는다면 용지를 접었을 때 원래 찍었던 인주가 다른 인주에 찍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으로 훼손된 투표용지는 무효표 처리가 돼 인주가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기술력을 요구한다. 한솔제지의 관계자는 “우리의 투표용지는 타사 대비 잉크 도장의 건조가 빨라 인주 묻음이 적어 무효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솔제지는 용지 표면의 정전기를 방지해 이중 급지를 막아 간추림의 편의성을 향상하거나 이동할 때 쓰러짐을 방지하는 기술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림페이퍼는 자동 계수 및 인주 적용 성능 향상을 위한 투표용지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무림페이퍼가 개발한 네오투표용지는 검수 및 판독 오류로 인한 무효표를 예방하고자 정확한 투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특수 원료를 첨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을 때 인주가 번지거나 뒤쪽에 새어 나오는 등의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림페이퍼 역시 한솔제지와 같이 정전기 방지 성분을 추가해 100매씩 후보자별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개표분류기와 투표용지의 매수를 세는 자동 계수기 등에서 투표용지 간 겹침 현상을 막을 예정이다.

계표 분류기와 자동 계수기에 종이 가루가 날리게 되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림페이퍼 측은 다양한 투표용지 색 구현을 위해 여러 차례 염료 배합 시험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용지가 이러한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자동 개표 제도의 도입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초당 약 108cm를 검사할 수 있는 자동 개표기를 사용하는데, 이때 종이가 걸리는 일이나 개표에 대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종이 두께가 균일하면서도 평활도가 높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전기나 종이 가루를 방지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22년 진행된 대선에서 투표용지 시장은 무림페이퍼와 한솔제지가 6대 4의 비율로 양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 개표기가 처음 도입된 이후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무림페이퍼가 투표용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으나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솔제지가 투표용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투표용지는 사실상 사업적인 측면에도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자를 뽑는 종이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지업계에는 친환경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무림페이퍼는 최근 국내 유일의 저탄소 종이 생산을 부각해 환경부의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제품군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월등한 제품에 부여하는 환경부의 인증으로 제지회사에서 해당 인증을 받은 건 무림페이퍼가 유일무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제지는 어린이집에서 우유 팩을 수거해 우유 팩을 재활용한 고급 인쇄용지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제지는 선거 포스터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 1,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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