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기사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러닝타임 141분을 꽉 채운 영화 ‘가여운 것들’은 좋은 작품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확신의 결과물이다.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으로 심장박동수가 치솟는 영화가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괴짜 혹은 천재라 불리는 과학자의 손에서 새롭게 되살아난 세상 하나뿐인 존재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의 놀라운 환상의 여정을 그린다. 영화 ‘더 랍스터’, ‘킬링 디어’를 통해 파격적인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가 호연한다.
‘가여운 것들’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예를 안아 국내 개봉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작품상, 여우주연상,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89번의 수상, 394개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달성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야기의 중심엔 주인공 ‘벨라’가 있다. 실험을 통해 태어난 신인류 ‘벨라’는 매혹적이다. 라푼젤을 연상케하는 머리 스타일, 백옥 같은 피부에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까지. 그녀와 엮이는 모든 남성들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완벽한 외형과 달리 ‘벨라’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기의 뇌를 장착하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엉성하고, 단어와 감정을 하나씩 배우며 성장해가는 미성숙한 인간이다.
떠먹여주는 지식만 습득하던 ‘벨라’는 넓은 세상을 만나 능동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연민을 느끼는지, 닥쳐온 위기에 어떻게 직면하는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깨닫는다. ‘벨라’의 필터링 없는 호기심과 욕망에 당황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가야할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주인공의 성장기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그려진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돌려 말하는 법이 없으며, 표현 방식 또한 적나라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미장센이 더해지면서 이제 막 싹트려고 했던 불편함이 가라앉는다. 때로는 동화 같고, 때로는 SF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가 있는 듯한 세계관을 구축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가장 디테일했다”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밝힌 것처럼 제작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런던, 파리, 알렉산드리아, 리스본 등 다양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세트로 구현했다고 알려졌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벨라 벡스터’ 역의 엠마 스톤이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미성숙한 존재에서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표현한다. ‘벨라’를 유혹하다가 자신의 덫에 빠지는 ‘덩컨 웨더번’역의 마크 러팔로도 그에 못지않다. 심오한 순간에 툭툭 튀어나오는 마크 러팔로의 재치는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다.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를 연기한 윌렘 대포는 등장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가여운 것들’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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