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유진 기자] 왼발 하나로 기적을 써 내려가는 남자가 있다.
30일 방영된 MBN ‘특종세상’ 611회에서는 47살에 대학교에 입학해 11년 간에 노력 끝에 대학 교수가 된 이범식(60)씨가 소개됐다.
지금의 범식씨를 있게 만든건 24시간 남편 옆을 든든하게 지킨 아내 김봉덕(58)씨다. 봉덕씨는 20년 간 살뜰히 남편의 빈 틈을 채웠다.
범식씨는 “평강공주를 만난거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온달 장군으로 만들어놨다”며 아내에게 고마워했다.
범식씨는 1985년 11월, 전기공사 현장에서 2만2900볼트 전기에 감전됐다. 당시 사고로 범식씨는 양손과 팔 전체 피부가 까맣게 익고 터져버렸다.
2남4녀 중 맏이인 범식씨는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치열하게 일만 하던 범식씨에게 돌아온 건 양팔과 한 다리를 잃은 아픔이었다. 당시 범식씨의 나이는 고작 22살이었다.
현재 범식씨는 왼발로 모든 일을 했다. 발가락에 볼펜을 끼워 공부를 하고 숟가락, 젓가락을 끼워 식사를 하기도 했다. 범식씨는 “계속 남의 도움을 받아서 식사를 하니까 굉장히 불편하고 밥맛도 없었다. ‘왼발이라도 하나 남아있으니까 시도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범식씨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강의를 했다. 범식씨가 학교에 가기 전 봉덕씨는 남편의 세면을 돕고 옷을 입혀줬다. 또 봉덕씨는 직접 차로 범식씨를 학교로 데려다줬다.
범식씨가 늦은 나이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공부를 시작해보라고 권유했던 봉덕씨 덕분이었다. 봉덕씨는 “(남편한테) 본인이 60세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남편이 학교를 가겠다고 했다. 남편이 공부한다고 하니까 학비를 다 (내가)직접 냈다. 그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결국 범식씨는 아내의 응원 덕에 왼발 하나로 만학도의 길을 걸었다. 범식씨는 11년 간 피나는 노력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단까지 서게 됐다.
하지만 봉덕씨에게도 아픔이 찾아왔다. 1년 전 봉덕씨는 간경변증(간이 굳어져가는 병) 진단을 받았다. 자칫하면 간암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병이다.
봉덕씨는 “다 만족하고 살 만 하니까 내 몸이 아프더라. 내 몸이 아파서 다시 힘들어지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봉덕씨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범식씨는 “손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만약에 내가 손이 있다면 내가 다 해줄텐데. 아내 손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 아프다고 할 때 내가 밥이라도 한 끼 해줄 수 없다. 생일에 꽃다발을 하나 사서 줄 수도 없다. 제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가슴 저리다”라고 전했다.
범식씨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사실 아내 때문이었다. 범식씨는 아내에게 줄 수만 있다면 간 이식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봉덕씨는 남편 범식씨가 걱정이다. 봉덕씨는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나한테 간을 공여해주면 몸 회복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어떻게 받냐”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MBN ‘특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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