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읽어도, 다녀온 뒤에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영화이야기니까요.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이 기사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하면 원래 마음이 아픈가요?”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아픔을 눌러 담은 대사가 마음을 쿡 찌른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은 삼시 세끼를 과자로 해결할 정도로 과자밖에 모르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세상 긍정 마인드를 탑재한 미혼모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다.
치호로 말할 것 같으면, 계획된 일상에서 계획된 일만 행하는 남자다. 융통성 제로, 로봇보다 더 로봇 같다. 과자 외엔 입에 넣지 않고, 시계의 알람에 맞춰 행동한다. 한 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치호의 인생에 계획하지 않은 인물이 나타난다. 그와 닮은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여자, 일영이다. 일영은 인생이 계획된 대로 흘러갈 리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생계를 위해 고집스럽고 억척스러워진 그녀는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이 만렙이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시작은 ‘밥풀’이었다. 과자밖에 모르던 치호는 일영을 만나 따뜻한 저녁밥의 맛을 알게 된다. 치호와 일영의 커플템은 ‘밥풀’에 어울리는 수저세트다. 식구, 한 집에서 끼니를 같이하는 두 사람은 식구가 돼간다.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간지러운 대사나 진한 스킨십은 없지만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한 식탁에 마주 앉아 미소를 머금고 나누는 식사 한 끼가 이렇게 달달할 일인가 싶다.
치호와 일영의 사랑은 위기 속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짐을 마주했을 때 치호는 감당하기 버거운 슬픔을 느낀다. 일영과 사랑을 시작했을 때 콩닥거렸던 마음은 저미는 아픔이 됐다. 유해진의 감정 연기가 치호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별을 고하고 돌아선 일영, 김희선을 향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을 땐 ‘맞아, 나도 그때 그랬지’ 싶다.
유해진은 ‘달짝지근해’를 소설 ‘소나기’의 성인 버전이라고 표현했다. 서툴고 풋풋한, 다 내어주고도 아깝지 않은 첫사랑과 같다고 말이다. 자칫 단순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플롯은 유해진과 김희선의 생기 있는 연기로 다채로워졌다. 풋풋한 감정, 설렘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달짝지근해: 7510’은 15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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