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읽어도, 다녀온 뒤에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영화이야기니까요.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이 기사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토리는 ‘테이큰’, 주인공은 흡사 ‘존 윅’이다. 하지만 ‘테이큰’이라고 보기엔 밍밍하고, ‘존 윅’이라고 하기엔 멋이 없다.
정우성의 첫 연출작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배우 정우성,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가 출연한다.
러닝 타임 97분은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직 조직원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클리셰적인 스토리라인을 감안해도 진부하다. ‘전설의 17 대 1’ 결투 끝에 옥살이를 시작한 남자, 출소 후 알게 된 딸의 존재, 그로 인해 번뜩인 정신, 아빠로 살기 위해 조직을 떠나는 결정까지 어디에선가 보고 들었던 이야기다. 영화 ‘해바라기’, ‘달콤한 인생’이 통하던 2000년대 상남자의 세계관을 다시금 장편 영화로 만든 이유가 궁금해진다.
조직 보스 응국을 분한 박성웅, 조직의 2인자가 되고 싶은 성준 역의 김준한은 수혁을 연기한 정우성을 빛나게 하는 배경에 불과하다. 박성웅이 연기한 우두머리의 무게감은 지금까지 그가 출연했던 누아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매력으로 따지자면 기대 이하다. 김준한의 참신한 마스크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지만, 잔꾀와 욕망으로 아등바등 대는 캐릭터 자체가 약하다. 배우를 100%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감독과 주연 배우를 동시에 해내고자 했던 건 욕심이었을까. 결국 정우성은 두 마리 토끼를 전부 놓쳤다. 수혁이라는 단편적인 인물이 정우성을 만나 ‘멋있는’ 전직 조직원으로 숨 쉬지만, 촌스러운 멋일 뿐이다. 플래시 액션, 터널 카체이싱 장면 등 감독으로서 심혈을 기울인 연출도 글쎄다. “굳이?”가 머리를 맴돈다.
물론 새로움을 접목하고자 한 흔적은 있다. 세탁기라고 불리는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 분)과 진아(박유나 분)를 통해서다. 두 배우는 영화 전반에 깔린 무거움과 진지함을 뒤흔드는 재치를 선보인다. 끈적하고 올드한 조직폭력배가 난무하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세련미가 돋보인다.
또 주목할 부분은 김남길의 흡인력이다. 지루함이 극에 달할 때쯤 한 번씩 터지는 김남길의 코믹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기 어린 캐릭터에 김남길의 매력을 입혀 또 다른 빌런을 만들어냈다.
영화 ‘보호자’는 오는 15일 개봉 예정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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