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유진 기자]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이 재조명됐다.
3일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90회에는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전해졌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는 각 나라의 학생들이 전통음식, 놀이를 소개하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한국 유학생인 승우씨와 규민씨는 축제 일로 정신이 없었다. 반면 같은 한국 유학생이었던 승희씨는 기숙사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축제가 끝난 다음날 규민씨는 열람실에 누군가가 들어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던 그 날을 기억했다.
규민씨는 “누군가가 들어와서 ‘여기 누구 있어?’ 하더라.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다. 학교 안에 문을 다 잠궈버렸다고. 무서웠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시각 승우씨도 학교 근처로 차를 수리하러 왔다가 심상치 않는 장면을 목격했다. 승우씨는 “경찰차가 F1급 속도로 지나갔다. 사이렌이 쉬지 않고 울렸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그날 아침 7시, 4층에 사는 학생 몰리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가 날카로운 여자 비명 소리를 들었다. 방에서 나와보니 피묻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있었고 핏자국을 따라가보니 친구 에밀리의 방으로 이어졌다.
문을 열어보니 에밀리와 기숙사사감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 에밀리는 이송 후 사망했다.
범인은 영문학과 4학년 한국 유학생 조승희였다.
조승희는 범행을 저지르자마자 바로 본인의 기숙사방으로 향했다. 이어 아무일 없다는 듯이 방에서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캠퍼스는 평온했다. 기숙사 외곽에서 범행이 일어난 데다 범인이 외부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학교 전체에 사건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등교했다. 그 중에서도 케빈, 크리스티나, 콜린은 학생들이 수업을 많이 듣는 건물인 노리스 홀로 향했다. 그리고 조승희도 노리스 홀로 갔다.
조승희는 건물에 들어선 후 문을 닫았다. 쇠사슬을 꺼내서 문을 감더니 자물쇠를 채웠다. 이어 건물을 돌아다니며 모든 문을 전부 봉쇄했다. 마지막으로 잠긴 문에는 ‘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것이다’라는 쪽지를 붙였다.
조승희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때 밖에서는 망치로 콘크리트를 찍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이어 조승희는 강의를 하던 교수님을 먼저 저격하고 이후 강의실을 배회하며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다.
당시 생존자인 콜린은 “수업을 듣다가 강의실 밖에서 크게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교수님이 복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닫으시더니 ‘다들 책상 아래로 들어가 911로 신고해’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콜린은 바로 911로 신고를 했다. 웅크린 채로 신고를 하려던 그 때 강의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교수님이 총을 맞았다. 놀란 콜린은 휴대전화를 떨어뜨렸고 조승히의 난사는 다시 시작됐다.
콜린의 휴대전화는 911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때 한 여학생이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휴대전화를 감췄다. 그리고 신고를 이어갔다.
ROTC 공군생도 매튜는 조승희를 제압하려다가 덮치려는 순간 발각됐다. 발각 된 뒤 매튜는 근거리에서 총을 여러 발 맞고 사망했다.
매튜 동생인 프리실라는 “오빠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발견됐다.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자세였다. 다른 학생들은 교실 뒤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오빠한테 화가 났다. ‘자기부터 챙길 것이지’ 하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프리실라는 “하지만 교실에 있던 한 생존자의 어머니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오빠가 딸의 생명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오빠 덕분에 딸이 살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었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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