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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예쁜, 아니 멋진 ‘바비’ [유일무비]

김연주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읽어도, 다녀온 뒤에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매번 다른 게 영화이야기니까요.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이 기사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바비’가 성차별을 건드리는 방식은 유쾌하고 또 유쾌했다. 

그레타 거윅의 신작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전형적인 바비’는 완벽한 삶 그 자체를 살아가는 인형이다. 바비랜드에 살아가는 수많은 바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모든 바비와 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덧붙이자면 바비랜드에는 ‘전형적인 바비’ 외에도 다채로운 바비가 살아간다. 흑인, 동양인, 임산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다양한 몸매를 형상화한 바비까지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다. 

바비랜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비, 그러니까 여성들이 주도권을 쥔 세상이다. ‘바비, 그리고 켄’이라는 마텔사의 마케팅처럼 남성 인형 켄은 바비를 빛나게 돕는 부수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비랜드의 대통령은 흑인 여성, 세계관을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 역시 모두 여성이다.

현실 세계로 떠난 바비와 켄은 바비랜드와 정반대로 굴러가는 세상을 만난다. 켄은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환호한다. ‘가부장제의 맛’에 푹 빠지고 만다.

반면, 바비는 인간들의 세상 속에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현실,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는 순리, 나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진리를 마음 깊이 깨닫는다. 미소를 잃지 않았던 바비는 연신 눈물을 흘린다.

‘가부장제’를 바비랜드에 도입한 켄, 이전의 세계로 되돌리려는 바비의 대립이 시작된다. 여기에서 그레타 거윅의 센스가 드러난다. 현실에선 칼과 방패의 싸움인 성별 대립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그려낸다.  

세계가 규정한 남성성과 여성성을 과장되게 표현하고, 성 역할을 부여받았던 여성들이 주체성을 깨닫는 과정에 풍자를 섞었다. 다 같이 한바탕 웃어보자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런 연출이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웃음에 그치지 않는다. 잃어버린 바비의 주체성,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켄의 갈등과 해소 과정을 돌아보면 뼈를 맞는 느낌이다. 

성 역할로 시작된 싸움은 결국 ‘나다움’으로 번진다. 전형적인 바비로 살아왔던 바비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인생에 대해 깨닫는다. 그동안 바비랜드에서 바비의 부속품으로 살았던 켄 또한 ‘나’로 살아가기로 한다.

또 한 가지 볼거리는 분홍빛으로 가득한 바비랜드다. 어릴 적 눈으로 봐왔고, 머리로 그렸던 아기자기한 세상이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졌다. 러닝타임 114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다.

‘바비’는 19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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