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김구현 보컬 트레이너
대중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과 실력을 가진 가수가 있는가 하면, 원석을 다듬어 그 매력과 실력을 만들어주는 조력자들이 있다. 완성형으로 데뷔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보컬 실력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세대가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고, 보컬 트레이너의 존재는 갈수록 중요해진다. 아이돌로 성공해 해외 투어를 돌기 위해서라도 노래 실력은 필수다. 옥석을 가려내는 것부터 시작해 노래 못하던 연습생을 데뷔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일, 보통 정도 수준의 연습생을 실력자로 만들어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아이돌 전문 보컬 트레이너 김구현 트레이너. 그가 간헐적으로 신곡을 내며 보컬리스트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동하는 그이유는 “잘 가르치기 위해서”란다. 자신의 보컬 트레이닝 경력을 이용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트레이너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그는 뚝심 있게, “잘 가르치기 위해” 채널을 열지 않고 있다.
“채널을 열면 유명해질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게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래가 무엇인가요?
김구현 트레이너는 학창시절 교회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전공 삼아 노래를 시작한 건 22세,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니던 중 SG워너비 코러스 기회가 생겨 무대에 올랐지만 이 일은 그가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된 계기였다.
“SG워너비가 잘할수록 마치 제가 잘하는 것처럼 자만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진짜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몇 번 일을 했는데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음악을 그만둘까 했어요. 그때가 서른이었고 혼돈이 온 시기였죠. 그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좋은 대학 안 나와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줬었는데 그 말이 족쇄가 되고 거짓말이 되는 순간이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음악을 그만두면 제자들에게 늘 거짓말 한 사람이 될 거 같아서 못 그만뒀죠.”
계속 노래를 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김구현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로서의 에티튜트와 노하우를 배우게 됐다. 그때 마침 지인으로부터 회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제안 받고 1~2년 정도 보컬 트레이너로서 연습생을 가르쳤다. 그 팀이 B1A4였다.
”산들은 처음 만났을 때도 잘했어요. 별로 가르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타고난 것이 있었죠. 그런데 록발라드쪽 보컬이어서 댄스 음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녹음할 때의 테크닉같은 걸 많이 가르쳤어요.”
그렇다면, 김구현 트레이너가 생각하는 보컬 트레이너의 일은 무엇일까? 그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노래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하면 백이면 백 다 다른 얘기를 해요. ‘노래’를 사전에 찾아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에 곡조를 붙여 부르는 것’이라고 나오거든요. 사실 트레이너들도 노래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 많을 거예요. 저도 이걸 늦게 깨달았어요. 선생이 음정 맞추라니까 맞추는데, 왜 노래를 해야 하는지, 너무 막연한 거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죠. 오묘하게 틀리는 걸 그대로 두면 느낌이 사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노래거든요. 음정이 다가 아니에요.
또 작곡가가 만든 노래에 정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의도요. 데모에 가이드가 있는데 그 길을 똑같이 가야 작곡가가 원하는 사운드가 완성돼요. 그걸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게 보컬 트레이닝이죠. 그 다음 감정 표현, 음정 표현이 들어가는 거예요.”
보컬 트레이너로서 김구현 트레이너가 주로 가르치는 대상은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그리고 보컬 전공 학생들이다. 그는 연습생과 학생을 모두 가르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라고 말했다. 연습생은 데뷔 플랜에 따른 트레이닝이, 학생들은 학교 커리큘럼 안에서 학생마다 다른 트레이닝이 뒤따라야 한다. 가르치는 일선에 있는 그는 국내 보컬 트레이닝에 아쉬운 부분은 개성의 결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의 어느 학교를 가니 보컬과 자체가 없더라고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표현하는 게 보컬인 거죠.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게 아닌 모두에게 인정 받을 스킬을 배우다보니 만들어진 보컬은 많은데 타고난 보컬은 줄고 있어요. 상향평준화됐지만 A+는 없는 느낌이에요.”
오디션 보컬 트레이너
과거 ‘슈퍼스타K’ ‘케이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시기에는 개성 넘치는 보컬들이 조명 받았다. 세월이 흘러 과거 ‘슈퍼스타K’ 같은 성장형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던 시청자들은 나이가 들어 트로트 오디션에 열광하게 됐다. 오랜 시간 사랑 받은 아이돌 선발 서바이벌 오디션은 명맥을 유지 중이다. 김구현 트레이너도 오랜 시간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일본판 ‘프로듀스 101’ 시즌2에 트레이너로 참여해 일본 연습생들을 가르쳤다.
“일본 친구들은 확실히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배우는 느낌이 더 있어요. 늘고 안 늘고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요. 중국 연습생은 자기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본 연습생은 귀담아 듣고, 방해가 될까 걱정하고요. 한국은 이를 적절히 잘 섞은 느낌이에요.”
보컬 트레이너는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의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는 하지만, 정작 방송에서 주목 받는 인물은 스타 프로듀서 역할을 맡은 가수들이다. 섭섭하거나 아쉽지는 않을까.
“오늘 아침에도 생각했어요. 앞에 나서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잖아요. 가수를 하고 싶었고.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저 자리에 서려면 칼날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구나 알았죠. 저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세션은 늘 검은색을 입거든요? 저는 검은색이 훨씬 잘 어울리는 사람이죠.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있죠. 그런데 유명해지면 제약이 많아지더라고요 모든 게 조심스럽고. 지금의 보컬 트레이너라는 자리마저 잃게 될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뒤에 있다 보니 뒤가 정말 편하다는 것도 알았고요.”
코러스의 자리, 트레이너의 자리가 아쉽지만 편하고 소중하다는 김구현 트레이너는 제자들의 성장, 성공이 그 무엇보다 기쁘다. 하지만 성장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김구현 트레이너가 자신이 맡은 연습생을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바로 제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일단 만나면 무조건 첫 달은 그 아이를 공부해요. 어떤 아이이고 노래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노래하는지. 노래에 성격이 다 나와요. 노래는 시간 예술이에요. 템포가 존재하고 그걸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성격이 급하면 박자가 빨라지기도 하고요. 또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 달이 지나 큰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그걸 아이에게 설명해요. ‘널 지금 이렇게 봤고, 물어도 보고, 앞으로 이런 계획을 갖고 가르치겠다’라고요.”
그의 트레이닝 신념은 “목표는 메인보컬”이다. 연습생의 실력이 어떻건, 파트가 래퍼이건 댄서이건 김구현 트레이너는 “나는 너를 보컬로 본다”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가르친다.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춤으로 들어온 연습생 중 노래를 못해서 춤을 추거나 랩을 하는 아이, 노래에 흥미가 없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롯이 보컬로 보겠다는 생각이에요. 가수이니까요. ‘춤 추다가, 랩 쓰다가 연습 못 했어요’라는 말을 하면 저도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나게 되는데, 모두를 보컬로 보면 그 핑계는 안 통하죠.”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김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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