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했습니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읽어도, 다녀온 뒤에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매번 다른 게 영화 이야기니까요.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자칭 ‘프로’라는데, 글쎄다.
영화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배우 김선호가 빌런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신세계’, ‘마녀’로 누아르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을 통해서다.
오는 21일 개봉되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김선호가 분한 귀공자는 타겟을 정하면 놓치지 않는 빌런이다. 어떠한 막강한 인물도 귀공자에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귀공자는 강인하다. 전설의 ’18 대 1′ 싸움에서도 가뿐히 승리한다. 비주얼 또한 남다르다. 정갈한 헤어, 말끔한 수트, 빛나는 구두까지. 약간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다. 여기에 코믹한 멘트를 구사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새롭지 않다. 잘생긴 빌런의 ‘멋지기만 한’ 액션은 진부하고, 두서없이 강한 힘을 가진 주인공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빌런 대 빌런이 대립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에선 코믹한 멘트가 난무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액션도 아쉽다. ‘신세계’ 속 정청(황정민 분)의 엘리베이터 액션, 이중구(박성웅 분)의 고독한 퇴장과 같은 명장면은 ‘귀공자’에 없다. 화려한 액션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이게 정말 끝인가?” 싶을 때 엔딩크리딧이 흐른다.
귀하게 캐스팅한 배우들은 또 어쩌나 싶다. 강태주는 극이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주연이 아닌 조연에 가깝고, 또 다른 악인인 고아라의 등장과 퇴장은 다소 뜬금없다.
‘귀공자’의 발견을 꼽자면, 배우 김강우다. 극중 재벌 2세 한 이사를 연기한 김강우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배다른 동생 마르코를 이용한다. 악랄함, 잔혹함으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박훈정표 누아르, 화려한 액션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밍밍하기만 하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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