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 더빙 연출자인 배준후 PD는 보통 1년에 1~2개 타이틀, 편수로 50편 내외로 더빙 작업을 한다. 중간 중간 극장판 더빙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함께 진행한다고.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이 왔다.
‘너의 이름은.’은 지난 2016년 개봉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글로벌 흥행 3위를 기록 중인 작품이다. 시골 마을의 여고생 미츠하와 도쿄의 남고생 타키,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몸이 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너의 이름은.’은 2017년 한국에서 개봉해 3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너의 이름은.’은 개봉 당시 더빙 버전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작품이기도 하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 지창욱, 김소현이 각각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목소리를 연기했는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런 ‘너의 이름은.’이 재더빙판으로 6년 만에 재개봉했다. 업계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재더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이기에 더빙 연출을 담당한 배준후 PD도, 주인공을 연기한 성우 이경태, 김가령의 부담감도 상당했다고 한다.
배준후 PD 일문일답 이어서.
Q_’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환영을 받는 건 국내 더빙업계에도 고무적인 일일 것 같다.
영향력은 있는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의) 더빙이 결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외화의 분위기가 좋으면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더욱 그렇다.
Q_’너의 이름은.’처럼 재더빙을 해 개봉을 하는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인가? 더빙을 맡은 소감은?
매우 이례적인 것 같다. (첫 더빙 버전 개봉 때)상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논란은 인지를 하고 있었다. 일단은 좋아하는 작품이라 처음에는 좋았는데 갈수록 부담이 커지더라. 다시 더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앞으로 이 버전이 계속 남을 거기 때문에 최대한 잘해야겠다,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대표작으로 남길 각오였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다.
극장에서는 개봉날 처음 봤는데, 조금 아쉬움이 있더라. 개봉 전주까지는 할만큼 했다 생각했는데 디테일한 아쉬움들이 보였다. 조금 더 해볼걸 하는.
Q_극장판 제작 기간은 대체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보통 6주 정도 걸린다. 시간이 촉박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소재와 대본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똑같이 6주가 걸렸지만 다른 작품보다는 좀 더 집중해서 쫓기는 압박감 없이 할 수 있었다.
Q_’너의 이름은.’ 성우는 어떻게 캐스팅됐나?
일단 오디션을 다 봤다. 두 주인공과 조연 3인 등 5명 역할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주인공은 남자 15명, 여자 20명 오디션을 봤다. 들어보고 상위 5인을 뽑아 의논을 거쳐 결정했다.
성우들에게 대본 샘플 장면을 만들어 (현장에서) 해봐 달라고 한다. 짧은 클립에 맞춰서 녹음을 해보는 거다.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둘이 서로 몸이 바뀌지 않나. 남자 성우가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 목소리를 구분해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분 위주로 클립을 뽑아서 오디션을 진행했다. 다른 작품 오디션의 경우 3분 정도(클립으로) 보는데, ‘너의 이름은.’은 10분 정도 했다. 욕심을 냈다. 성우들도 “이게 오디션이에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이례적으로 상당히 오래 걸렸다. 성우 1명당 30분씩, 일주일 내내 오디션을 봤다. 호들갑을 좀 떨었다.
Q_여러모로 주목 받는 작품이라 성우들도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오디션을 본 성우들 모두 쟁쟁한 분들이다. (주연 캐스팅 소식에) 처음에는 좋아하시다가 점점 부담되고 힘들다고 하기는 하셨다. 관심을 많이 받는 작품이지 않나. 다들 이 작품을 또 좋아하는 분들이다.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있었다고 하더라.
Q_’너의 이름은.’ 더빙 버전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성에 안 차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느낌을 한국어 더빙으로도 가능한 한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 노력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많이 봐 주시면 다음에 좋은 더빙 작품으로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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