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천만 감독의 복귀작 ‘드림’, 침체일로 한국 영화계에 기록을 넘어 기억을, 그리고 기적을 그리는 꿈 같은 일을 가져올까.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드림’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 주연 배우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이 참석했다.
영화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비로소 갖게 된 시사회와 기자간담회, 이병헌 감독은 연신 “떨린다”라고 말했다. 데뷔작인 ‘스물’ 때보다 떨리고 긴장이 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그는 ‘드림’에 흥행에의 기대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바랐다.
이병헌 감독은 “‘스물’ 개봉 전에 썼던 시나리오라 10년이 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라면서 “2010년 실화이고, 그 이듬해 TV에서 짧게 소개된 적이 있는데 저도 생소했고,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라고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외진 곳이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쉬운 형태의 대중영화로 만들어서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홈리스가 축구한다고 했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지루함을 위해 코믹적 요소가 필요했고, 그걸 조절하는 게 숙제였다”라고 연출에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얼마 전 개봉한 ‘리바운드’ 역시 스포츠 영화다 이병헌 감독은 ‘리바운드’를 비롯해 다른 스포츠 영화와 ‘드림’의 차이에 대해 “본격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스포츠 영화는 승리를 위한, 왜 승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있고, 어느 정도 위치에서 조금 더 위를 바라보는 거라면 저희 영화는 조금 뒤쳐진 곳에서 보통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전작인 ‘극한직업’이 워낙 큰 성공을 거뒀기에 부담감도 클 터. 이병헌 감독은 침체기인 한국 영화 시장에 ‘드림’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좋았던 그 시절에 그 질문을 받으면 건방졌을 것 같은데 겸손해졌다”라면서 “구원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들은 일관되게 ‘말맛’을 살린 작품들이다. 이번 ‘드림’ 역시 배우들, 특히 두 주연배우의 대사량도 많고 속도도 빠르다. 이병헌 감독은 “이 영화는 박서준, 아이유가 합류해주고 이야기의 의미를 동의해줬기에 찍을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아이유는 열정리스 다큐 PD 소민을 맡으며 이병헌 감독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그는 “감독님이 워낙 모든 캐릭터에 대한 대사톤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코치해 주셨다. 감독님이 원하는 소민에 가까워지려고 감독님 말투를 제일 많이 참고했다”라고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박서준은 “이 영화가 이병헌만의 장르”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다이내믹한 박서준의 축구 연기도 볼만한 부분이다. 박서준은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은 “박서준이 (모든 축구 씬을) 다 연기했다. 촬영 들어가기 몇달 전부터 훈련을 많이 했다”라며 “스포츠 장면이 있다 보니 어려울 거라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어렵더라. 공은 야속하게도 통제가 안 됐다”라고 고충을 전하기도.
빠른 속도의 대사 처리도 배우들에게는 고충이었다. 말맛을 내기 위해서는 속도가 생명이었다. 박서준은 “대사를 잘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다. 제 생각보다 다양한 템포, 빠른 템포로 대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거기에 1.5배 속도를 요구했다”라면서 “초반에는 따라가기 쉽지 않았지만 이후 감독님 스타일을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먼저 준비를 잘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저는 2.5배 정도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셨다”라면서 “현장에서 감독님이 하는 소민 대사의 템포가 마음에 들어서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감독님 말투를 캐치하려 노력했다”라고 소민 연기에 노력을 기울인 부분을 설명했다.
극 초반 홍대와 소민의 티키타카 씬은 이 영화의 묘미다. 박서준은 “그날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정말 폭염이었고 더웠다. 그늘이 거의 없어서 더위에 지쳤었다. 구강이 흐물흐물해진 상황에서 빨리 대사를 해야 했다”라면서 “(아이유에게) ‘어떻게 생각하냐? 잘하고 있는 게 맞냐’ 얘기하며 서로 고민했었는데 감독님의 디렉션이 명확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장면이기도 하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이유는 “(그 당시) 모니터를 해보니 살짝 눈이 더위를 먹어서 약간 미친 사람 같이 풀려 있었다”라면서 “완성본을 보고 감독님이 저희 앞에서 보여주신 호흡과 유사하게 편집이 매끄럽게 된 걸 보고 감독님의 힘을 느꼈다. 저보다 박서준 씨가 훨씬 빨리 오케이를 받아내는 걸 보고 부러웠다”라고 떠올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에 실화를 녹여냈다. 실제 홈리스들과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다는 이벼헌 감독은 “캐릭터는 영화적으로 창작했다. 마음대로 창작했다기보다는 홈리스를 많이 인터뷰했다. 사연들이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것처럼, 우리에게 벌어지는 게 다이내믹하지는 않지 않나. 비슷 비슷한 사연을 가졌고, 상처가 많더라”라고 떠올렸다.
실화 베이스의 작품은 처음인 이병헌 감독은 “소개하고 싶었고 알려드리고 싶었고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한다”라면서 “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실화의 힘이다. 저에게 동기부여, 버틸 수 있던 힘이 돼줬다”라고 전했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 속 도전하는 홈리스 축구선수들의 모습에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건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지만, 우리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된다면 (영화의) 의도대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바랐다.
접근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 ‘드림’. 재미가 최우선이었던 이병헌 감독은 ‘드림’에 특유의 말맛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넣었다. 쉴 틈 없이 빵빵 터지던 전작과는 다른, 말맛에 소위 신파라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한 이병헌 감독의 시도에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영화 ‘드림’은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생전 처음 공을 차 보는 특별한(?) 국가대표팀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로, 오는 4월 26일 전국 극장 개봉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백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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