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서
[TV리포트=박설이 기자]인터뷰 중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인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의 이자형 김현수 PD는 사실 개가 아닌 고양이를 반려 중인 ‘집사’라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고양이를 부탁해’ 연출에도 참여했던 고양이 4마리의 집사 김현수 PD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사실 ‘세나개’ PD가 어떤 동물을 반려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고양이’가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나개’의 이자형, 김현수 PD와의 인터뷰 이어서.
Q_동물을 사랑하세요?
이 : 매우요. 사람보다 동물이 좋을 정도예요. 미안함인 것 같아요. 환경에도 관심이 있는데, 인간 중심으로 개발이 되면서 동물이 살기 힘들어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요. 그리고 귀엽잖아요. 꿍꿍이도 없고.
김 : 저도 그래요. 정말 동물이 사람과 다르게 계산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주는 만큼 돌아오죠.
Q_반려동물과 살고 있나요?
이 : 고양이 두 마리이고, 만 4살 정도예요. 본가에서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제가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강아지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직업 특성 상 집을 비울 때가 많거든요. 고양이도 신경을 써야 하기는 하지만요. 또, 길고양이 보면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고요. 인터넷에 보니까 유기묘가 너무 많더라고요. 기왕이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유기묘를 데려오자 해서 유기묘 남매를 데려왔어요. 해리, 다리예요.
김 : 저는 원래 동물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어요. 알러지가 있거든요. 성인이 되고 자취를 하기 시작한 이후에 집 앞에 길고양이 어미가 새끼를 낳아서 밥을 주게 됐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어미가 사라진 거예요. 한 달을 안 나타나더라고요, 추운 겨울이었는데.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였어요. 길고양이 수명이 2년이더라고요. 우리집에서 2년만 있다가 보내주자는 생각으로 데려왔었어요. 그런데 집고양이는 최대 20년을 산다더라고요.(웃음).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어쩌다 네 마리를 데려와서 지내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다 산책을 하다 주차장에 작은 치즈냥이를 발견했고, 얘가 오래 못 산다고 하기에 데려와서 5마리가 됐어요. (특별히 케어 안 하고) 진짜 밥만 줬는데 살더라고요. 살고 싶었나봐요. 그렇게 5마리를 키우다가 얼마 전에 한 마리가 뇌종양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12년 살고요.
안 울 줄 알았거든요. 편집하는데 전화가 왔어요. 오늘 위험하다고. 다음날이 시사였거든요. 일을 해야 해서 내일 가면 안 되냐고 하고는 ‘어떡하지’ 고민 하다가 우선 갔는데 (제가 도착하고) 1시간 뒤에 떠났어요. 임종을 지켰죠. 못 놀아준 게 미안하고 기억이 나더라고요. 펑펑 울었죠.
Q_’나도 이것 만큼은 잘할 수 있다’ 하는 반려동물 문제 행동 솔루션이 있나요?
이 : 저희 집 고양이 어릴 때 입질 하는 걸 못하게 훈련을 했어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이때 배운 걸 이용했죠. 나쁜 짓을 할 때는 무시하고, 내가 더 서열이 위라는 걸 알려 줬어요. 얌전히 조용히 있을 때 뜬금없이 칭찬하고 예뻐해 줬더니 떼 쓰고 무는 게 없어지더라고요.
김 : 저는…있는 그대로로 그냥 같이 살아요. 보호자들마다 환경이 다 다르잖아요? ‘내가 가진 지식으로 고칠 수 있겠다’ 생각은 못하겠더라고요. 물론 평균적인 답은 있겠지만, 이 집에서 적용이 될까 하는 확신이 없어요. 저희집 고양이는 사실 문제가 많기는 한데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어요. 그냥 싸울 때 덜 다치라고 발톱 관리 잘 해주고, 벽지를 뜯어도 그냥 둬요.
Q_동물을 사랑하는 제작진으로서,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요?
이 : 최대한 유기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잘못된 것이라는 걸요. 많은 이들이 동물 유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고, 수습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요. 개가 큰 상처를 받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유기율이 높은 편이거든요.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지금은.
김 : 방송에 많이 노출되면 은연중에 (유기가 나쁜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주도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반려견을 키울) 환경은 좋을지언정, 크게 봤을 때 (인프라는) 육지보다 뒤쳐졌다고 해요. 미디어에서는 그저 아름다운 섬, 동물과 함께 사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데 실태는 또 달라요. 큰 개농장도 있고, 유기동물도 정말 많다고 해요. 육지에서 데려와 유기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보호소의 안락사 비율도 어쩔 수 없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동물병원은 많지만 3차 진료 기관은 제주대학교밖에 없다더라고요.
Q_’세나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이 : 앞서 말한 것처럼, 개 한 마리의 문제를 고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반려 문화, 동물권 인식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사례 하나하나가 모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캐나다에 입양을 보내는 게 답은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김 : 20년 전보다는, 또 10년 전보다는 (반려 문화가) 성숙해졌지만 한 단계 더 성숙이 필요해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며 배울 건 배우고, 바뀔 건 바뀌어야 해요.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법이나 제도가 개선되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Q_교양 다큐를 만드는 PD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요?
이 : 동물 구조 제보가 많이 오거든요. 다 다루지 못해서 안타까움이 있어요. 구조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모든 동물을 다루는 전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또 요즘 반려동물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포맷을 넓혀서 반려동물을 다 다뤄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김 : 해외로 입양 간 반려견 얘기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다른 방송사에서 나왔더라고요.(웃음) 입양 간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 보여주고, 해외 보호자들의 마인드도 보고요. 아쉽긴 했지만 ‘캐나다 체크인’이 나왔을 때 기분은 좋았어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요. ‘꼭 EBS에서 해야 돼’는 아니고, 어디서든 그런 프로그램이 하나라도 더 생기길 바라요. 오히려 좋죠.
Q_’세나개’ 제작진으로서, 반려견 입양을 고려 중인 분들과 문제 행동을 가진 반려견과 사는 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김 : 모든 개가 똑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가진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고요. “우리 개는 안 물어”는 ‘나’만 안 무는 거예요. 모든 동물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다른 사람들의 교육 방법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 사람 한 명 키운다고 생각하고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이 귀여움과 사랑만을 주는 존재가 아닌, 계속 소통해야 하고 그 존재에 대해 알아야 하고,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존재라는 거죠. 혼자 알아서 크는 인형이 아니에요.
김 :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 시도도 하지 말아 주길 바랍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반려동물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꼭 얘기하고 싶어요. 반려동물은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이 : 맞아요. 사람 한 명 데려온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셔야 합니다. 파양 사례가 너무 많아요. 파양과 유기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Q_마지막으로 ‘세나개’를 사랑하는 시청자에게 한마디
김 : 방송에 출연하는 보호자들을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간절해서 나오신 분들이니 악플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목줄 착용.잊지 마세요. 개물림 사고도 그렇지만 개의 안전을 위한 일입니다. 우리 애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애도 소중하니까요.
이 : 오랫동안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꾸준히 봐 주셔서요. 우리는 무언가를 알려주는 정보 프로그램이라 보기가 쉽지많은 않을텐데 의지를 가지고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떨 때는 제작자보다 더 깨알같은 포인트를 발견해 주실 때도 있는데 정말 신기하고 감사해요. 앞으로 폭 넓게 다루는 여러 이야기들에 관심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Q_집에 있는 반려묘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 : 해리야 다리야. 요즘 엄마가 너무 바빠서 못 놀아줘서 진짜 미안하고, 그런데도 나 좋다고 옆에 있어주고 사랑을 줘서 고마워.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김 :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딱 한마디만 했으면 좋겠다. “나 아파요”라고.
야생에 살던 동물이 인간의 집으로 들어와 사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아무리 길들여졌다고는 하지만 야생성을 가진 동물이기에 인간과 함께 살며 마찰은 필연적이다. ‘세나개’는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며 생기는 불편을 줄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종국에는 “인간의 잘못”이라고 꾸짖는다.
우리집 반려견과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또는 남의 집 반려견이 귀여워서 시청을 시작했다가 결국 인간의 문제, 소통의 부재에 대해 배우게 되는 ‘세나개’. 귀여운 털뭉치가 아닌 동물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동물 복지에 귀를 기울이는 제작진의 자세 덕분에 ‘세나개’는 다른 어떤 동물 행동 교정 프로그램보다 깊고 넓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제도적 개선을 위해 단순한 문제 행동 개선이 아닌, 사려 깊은 시선으로 ‘세나개’를 만드는 제작진들이야말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수신료의 가치’ 그 자체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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