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로케이션 매니저 김현우 M.a.P 대표
[TV리포트=박설이 기자]“공장화되는 로케이션은 지양해요. 한 발이라도 더 뛰어야죠.”
드라마, 영화 촬영을 위한 장소 헌팅, 로케이션 매니저의 주 업무다. 보통은 그렇게들 생각한다. 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로 오랫동안 일한 김현우 대표는 ‘여행하면서 일하는 직업’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 일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 동료들과 함께 이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나와 로케이션 전문 회사 M.a.P를 설립, 좀 더 전문화된 촬영 장소 헌팅의 길을 걷고자 하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최근 경기도 고양시 향동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190cm에 가까운 큰 키의 그는 바로 헌팅을 나가도 좋을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기자와 만났다.
드라마 장소 헌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김현우 대표에게 듣게 된 로케이션 매니저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었다. 드라마 측이 원하는 형태의 장소를 섭외하는 것 외에 생각보다 작품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100여 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는 로케이션 매니저, 이 직업에 대해 김현우 대표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현우 대표 일문일답.
Q_로케이션 매니저, 어떤 직업인가?
“대본에 적힌 추상적인 공간을 연출자와 작가의 의도에 맞춰 실제로 구현, 장소를 찾는 일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이다. 글을 영상으로 풀어나가는 단계인 셈이다.”
Q_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함께 하는 것인가?
“그렇다. 연출자와 작가의 의도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시놉시스 단계에서 가장 빨리 붙어 초고부터 본다. 주인공 등 캐릭터의 톤 앤 매너를 파악하고 어떤 느낌인지 연출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건물을 찾는다.”
Q_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1998년 MBC 미술센터에서 소도구 담당을 하며 방송 일을 시작했다. 세트를 지으면 그 안에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는 일인데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방송 일이 재미있었다. 밤을 새도 재미있는 일이 있더라. 그땐 MBC 앞 술집에서 소주 마시고, 아침 7시에 바로 출발하고. 동료애가 있던 때였다. 우리끼리 술 마시고 있으면 국장님이 오셔서 술값도 계산해 주시고. 밤새 일하다 사우나에 가서 씻고 바로 현장 나가고.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2007년이었다. 한길훈 대표님(알큐 대표)이 사수였는데 그때 로케이션의 맛을 알게 해주셨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2008년 로케이션 전문 회사가 설립됐고 쭉 같이 일했다.”
Q_어떤 작품에 참여했나?
“2007년 MBC ‘에어시티’가 시작이었다. 그땐 1년에 두 작품씩 했다. ‘에어시티’는 공항 로케이션이었는데 인천공항 측의 제작지원을 받아 보안구역까지 다 허가를 받고 촬영을 했었다. 운 좋게도 첫 작품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마녀유희’도 작업했다.
최근에는 이전 회사에서 ‘재벌집 막내아들’ ‘작은 아씨들’ ‘빈센조’ 등 작품을 했고, 독립한 회사에서 ‘모범택시2’를 함께했다.”
Q_드라마를 전문으로 하고 있나?
“영화의 경우 제작부에서 장소 헌팅을 다 하고 있고, 드라마는 좀 더 전문화됐다. 영화도 해보고는 싶고, 제안이 많이 들어오기는 한다. 그런데 우리는 참여도가 중요하다. 섭외가 힘든 장소 어느 한 군데에 대해 섭외를 해 달라는 영화 쪽 의뢰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그건 사전 제작 단계부터 함께하는 우리 회사의 취지와는 맞지 않아 거절한다. 작품을 시작부터 함께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Q_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다.
“처음부터 연출자와 상황에 맞춰 제작을 이끌어가는 게 로케이션 매니저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일하기 때문이다. 장소를 찾을 때까지 대본을 정말 여러 차례 본다. 주인공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대본 분석이 중요하다. 독립을 한 이유도 로케이션 매니저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같이 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Q_촬영 장소를 찾는 루틴을 알고 싶다. 장소 섭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도.
“연출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걸 머릿속에 정리한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초고부터 완고까지 서너 차례 대본이 바뀐다. 그 과정을 다 보면서 장소의 분위기를 정한다. 장소를 찾은 뒤에는 동선을 본다. 사진을 찍어 연출자에게 보낸 뒤 설명을 하고, 연출자가 OK를 하면 주요 스태프들이 모여 장소 헌팅을 나간다.
레퍼런스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기는 하다.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를 고르면 되니까. 그런데 그걸 기준점으로 삼되 대본을 반복적으로 (다른 장소를) 보고, 더 좋은 장소가 있는지 계속 찾는다.”
Q_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집 배경이 되는 저택, 어떻게 섭외하나?
“촬영 협조를 잘 해주는 집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그런 곳에는 장소 제공 비용을 지급하고 촬영을 하는데 주로 마당만 촬영을 한다. 촬영 협조가 되는 집들이 있지만 계속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한다. 저택 섭외를 할 때는 전부 벨을 눌러보고 일일이 문의를 한다. 새로운 집을 하나씩 뚫는 재미도 있다. 벨을 눌렀을 때 답변이 없으면 A4지에 협조 요청문을 적어서 대문에 명함과 함께 붙여 놓고 오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성북동은 장소 이용에 있어 굉장히 폐쇄적이라 섭외가 쉽지 않은데 평창동은 그런 부분에 있어 많이 열려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a.P,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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