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결국엔 ‘로미오와 줄리엣.’ 그런데 재미있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다시 한번 빛났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으로 탄생했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문학청년 윌 셰익스피어와 예술을 사랑하는 부잣집 아가씨 비올라 드 레셉스의 운명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슬퍼하는 두 사람의 익숙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익숙하지만 다른 맛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면 알수록 연극의 재미는 더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소네트 18번’을 비롯해 ‘맥베스’ ‘베로나의 두 신사’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 속 대사와 설정이 극 안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는 찰나 흡수되고 녹아들어 전진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소용돌이치듯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것이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매력이다. 여기에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살았던 말로우, 헨슬로, 버비지, 네드 앨린, 존 웹스터 등 실존 인물들이 흥미로운 캐릭터로 재탄생 되어 찾아보는 맛까지 쏠쏠하다.
남장한 줄리엣(비올라)에게 사랑에 빠지는 로미오(윌)라니.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끝없이 재탄생 중인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그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 고전적 인물에 새 숨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윌 셰익스피어 역 이상이와 비올라 드 레셉스 역 정소민은 완벽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자 윌-비올라로 활약했다.
연기력은 물론 MBC ‘놀면 뭐하니?’에서 가창력까지 뽐낸 이상이는 내공 깊은 무대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빠른 템포로 변하는 인물의 감정에 순간적으로 몰입하며 윌과 로미오를 오갔다. 더불어 틈을 놓치지 않는 애드리브와 어설픈 듯 완벽하게 짜여진 몸짓으로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퍼포먼스다.
정소민은 첫 연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표현력을 뽐냈다. 청순한 외모와 다르게 당찬 성격을 지닌 비올라는 완전히 그를 위한 배역이었다. 또 무대에 오르기 위해 켄트로 분장한 후에는 소년미 넘치는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베테랑 배우들과 비교하면 발성 면에서 위태로운 부분이 있지만, 계속 보고 싶은 배우의 존재 그 강력한 힘과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유연한 연기로 관객을 매료했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마크 노먼(Marc Norman)과 톰 스토파드(Tom Stoppard)가 공동 시나리오로 완성한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2014년 ‘빌리 엘리어트’를 쓴 작가 리 홀(Lee Hall)과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에 의해 무대극으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극장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무대 제작에는 실제 원목을 사용했고, 단 한 번의 암전 없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의 화려한 드레스는 제작 기간만 20일 이상으로 남다른 공을 들였다고.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16명의 조연 배우와 아코디언, 바이올린 그리고 두 대의 기타로 구성된 4명의 라이브 뮤지션의 연주는 단연 작품의 묘미다. 이들이 있기에 낭만적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조화를 이뤘다.
개막 초반에 들려온 스타 캐스팅의 연기력 부족 지적이 무색할 정도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순항 중이다. 고전의 다채로운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연극에는 이상이, 정소민 외에도 정문성-김성철이 윌 셰익스피어, 채수빈-김유정이 비올라 드 레셉스를 연기한다. 오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쇼노트
댓글1
소민보러왔다가연극에빠진놈
정소민보러 예전갔다가 연극에 빠져서 5회째 관람중입니다...진짜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