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신원호 PD는 왜 신인에게 손을 내밀까. 그도 처음엔 주연 배우만 고집했다. 그의 편견을 깨준 것이 ‘응답하라 1977′(응칠)의 주인공 서인국, 정은지다. 이들의 성공을 통해 톱배우가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스타 PD에게 듣는다’ 강연회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미디어센터 심석홀에서 ‘히든싱어’ 조승욱 PD,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자리에는 방송인을 꿈꾸는 200여명의 지망생들도 함께 했다.
이날 신원호 PD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우정 작가부터 자신까지 드라마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었다는 것. 심지어 시놉시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스태프도 있었다고 한다.
‘응칠’ 제작이 확정되고 캐스팅에 한창이던 이들은 A급부터 B급까지 주연급 배우들을 리스트에 올리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섭외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신 PD는 “당시 A급 배우들에게는 다 까였다. 어떤 배우들은 전화를 걸기가 무섭게 ‘예능은 안한다’고 하더라. 내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까이고 까이고, 또 까였다. 마음을 내려 놓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거칠고 빠른 예능계에 몸 담았던 신 PD는 배우들의 선택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 섭외가 발빠르게 이뤄지지만 배우들은 다방면에서 검토하기 때문에 결정이 늦는다는 것.
그는 “배우들에게 제안했을 때 답이 많이 느려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그렇게 기다렸는데도 돌아오는 건 거절이었다. 그래도 신중히 검토한 사람이 있는 게 다행일 정도로 ‘응칠’은 많은 배우들에게 거절을 당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신 PD는 ‘응칠’을 흔쾌히 수락한 서인국, 정은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오디션을 열었는데 서인국, 정은지가 찾아왔다. 근데 얘들이 정말 말하는거다. 속으로 ‘왜 너희들이 잘하는거야?’라고 생각했다. 놀라면서도 이들을 쓸 계획이 없었다. 주변에서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하길 바랐기 때문이고, 나 역시 드라마 주인공은 당연히 주연 배우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집에 돌아 온 신 PD는 드라마를 시청하며 문뜩 자신이 편견에 갇혀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A급 배우들이 나와야만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콘텐츠가 좋으면 시청자들이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PD는 일주일 지난 후 서인국, 정은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초인 ‘응칠’ 주인공들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재는 어느 누구도 이들을 대신할 배우들은 없다고 자부한다. 그는 “연기 경험이 부족한 두 사람이 수십 대의 카메라를 극복하고 이겨내준 것이 뿌듯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당시 ‘응칠’을 거절한 배우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 관계자는 TV리포트에 “‘응칠’을 거절했었다. 당시 많은 회사와 배우들이 이 시나리오를 거절했다”며 “후속작인 ‘응사’ 제작이 결정됐을 때도 ‘설마’했다. 속편이라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작품 역시 거절한 이들이 꽤 많았는데 대성공을 거두더라. 배우와 매니저들이 킬러 콘텐츠를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라며 후회했다.
‘응칠’ 후 신 PD는 A급 배우들만 고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를 거부했던 톱스타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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